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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엑스맨’, 그리고 소피 터너

영화 ‘엑스맨 : 아포칼립스’

by 나효진

1996년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외모와 연기력을 자랑하는 영국 배우 소피 터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극 중 인물들이 가상의 왕국을 무대로 통치권 쟁탈전을 벌이는 내용인 이 드라마는 여섯 개의 시즌을 이어올 정도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죠. 소피 터너는 ‘왕좌의 게임’ 속 산사 역을 맡아 특유의 오렌지색 머리칼과 고전적 이미지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그 밖에도 영화 ‘어나더 미’, ‘킬러 인 하이스쿨’, 등의 액션 스릴러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소피 터너가 ‘엑스맨 : 아포칼립스’(이하 아포칼립스)의 진 그레이로 변신했습니다. 진 그레이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 만큼이나 강한 정신력을 갖춘 뮤턴트로, 잠재된 능력이 발현될 경우 지구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합니다. 그 때문에 피닉스 포스라는 어마어마한 힘의 숙주가 되기 가장 적합한 캐릭터기도 하죠. 소피 터너의 불그스름한 머리색은 진 그레이와 매우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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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진 그레이(소피 터너 분)는 아직 미성숙한 탓에 자신의 엄청난 힘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자비에 학교에서 찰스(제임스 맥어보이 분)의 가르침을 받죠. 원작 코믹스에서 그는 스캇 서머스/사이클롭스와 결혼했었고, 울버린과 ‘썸’ 타는 사이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는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하는 스캇(타이 쉐리던)과 진 그레이의 모습이 공개됩니다.


진 그레이는 염동력을 사용하는 캐릭터답게 강인하지만 차분합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비운의 악녀를, ‘킬러 인 하이스쿨’에서는 모태 킬러 여고생을 연기했던 그가 또 한 번 완전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그렇다면 평소의 소피 터너는 어떨까요? 지난 19일 열린 ‘엑스맨 : 아포칼립스’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소피 터너는 무척 활발했습니다. 화면이 연결된 줄 모르고 있었는지, ‘아포칼립스’에서 퀵실버 역을 맡은 에반 피터스와 연신 장난을 치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유쾌하더군요. 시종일관 당당하고,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태도는 역시 진지했습니다. ‘아포칼립스’에 캐스팅 됐을 때의 소감을 묻자 “3개월 정도 오디션을 봤어요”라고 말문을 연 그는 “이 역할을 따냈을 때 굉장히 감동적이었고 신이 났어요. 진 그레이를 정말 하고 싶었고, 코믹스도 다 봤거든요.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진 그레이이기도 했고요. 이전 영화들을 보고 최대한 연구하며 준비했어요. 예전 진 그레이와 다르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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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엑스맨’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진 그레이 역을 맡았던 배우 팜케 얀센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할 정도로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소피 터너는 “진 그레이는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진 돌연변이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가 우선인 캐릭터라 공감이 가능해요”라며 “영화 속에서 굉장히 약하고 불안한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하고, 좀 더 큰 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들이 큰 공감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팜케 얀센은 “할 수 있는 것을 마음대로 해 보라”고 조언했다네요.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첫 프랜차이즈 영화에 참여하며 수많은 톱배우들을 많이 만났을 소피 터너입니다. 이에 대해 “굉장히 멋진 세계가 이미 구성돼 있었고, 새로 들어온 저희를 환영해줘서 이 세계에 동참할 수 있었어요”라며 뿌듯해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트에서 무척 신나고 재밌었어요. 고예산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엄격하게만 진행되지만은 않았거든요. 다시 열 다섯 살이 된 것처럼 같이 놀았죠”라고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죠.


엑스맨들의 다양한 능력 중 어떤 것이 탐났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에반 피터스는 진 그레이의 염력을 갖고 싶다고 했는데, 소피 터너는 퀵 실버의 순간이동 능력을 원한다네요.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어딘가에 가고 싶다”며 호쾌하게 웃었죠.


생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영화 팬들과 마주한다는 것이 부담될 법도 했지만, 기자 간담회에서의 소피 터너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습니다. 제니퍼 로렌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평소에는 이처럼 한껏 ‘비글미’를 자랑하다가도, ‘아포칼립스’ 속에서는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존재를 연기하는 그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멋지네요.


[사진]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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