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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May 01. 2019

3박4일은 이제 무리

2017.9.22~2017.9.25

6월 24일 밤 김포에 떨어져서 6월 26일 바로 출근을 했다. 수원 사는데 아침 8시 여의도... 비까지 내려서 첫 출근부터 30분 지각을 했다. 얼마간의 경제적 여유와 경력을 줬고 나름대로 편한 직장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상사들을 전부 재평가할 만큼 어마어마한 인물이 있었다. 대표가 도망가고 회사 내 부서 입지가 간당간당해져 결국 인수되는 바람에 나도 퇴사를 하긴 했으나... 다니는 동안은 한달 만근시 한 개씩 생기는 유급휴가를 모아 얼른 도쿄로 뜨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일본에 다녀온지 3개월. 치쨩의 생일이라는 핑계로 주말 도쿄행을 결심했다. 금요일 저녁에 김포로 출발해서 월요일날 반차를 쓰고 돌아오려는 계획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심공항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새벽에 삼성역에 가서 짐을 부치고 체크인을 하고 출근을 했다. 다행히 이날 인터뷰 스케줄이 있어서 적당히 시간을 떼우다 공항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인터뷰가 끝나고 마사지 체어를 하며 술 마실 생각에 들떠 있었다. 단 인터뷰 기사를 주말 내에 털어야 한다는 뼈아픈 과제가 남아있었을 뿐...



첫날밤 사진이 1장 뿐이라는 사실도 마음이 아프다. 그 다음날은 동네 축제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보고 가마를 같이 들자고 제안했지만, 고민하다가 그냥 넘겼다. 일을 하기 위해 시부야 카페로 향하는 길 사람들로 꽉 찬 거리가 신기하고 사람들이 귀여웠다. 동네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일을 해보려고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아 체크해 두었던 햄버그 집에서 건강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감독, 유우키, 치쨩과 함께 옆 동네 축제를 구경하고 야키니쿠를 먹었다. 고백하자면 이날 나는 일본에서 첫 김치를 먹었다. 먹지도 못하게 달 것만 같았는데 제법 맛이 났다. 야키니쿠 집에 가면 대개 한식을 비싸게 판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서늘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네 명이 공원을 걷다가 처음 가는 바에 가서 오뎅을 먹었다. 음악이 너무 커서 말소리가 안 들릴 지경이었다. 오뎅도 그냥 그랬다.



치쨩이 일하는 바 사바스로 3차를 갔다. 체력이 없는 감독은 코를 골며 졸기 시작했다. 치쨩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보여 준 공책이 귀여웠다.



아! 그 사이에 동네 최고 한량이라고 생각했던 치카라상이 늘 가던 바 옆 건물 2층에 네이바라는 바를 냈다. 가보고 싶었던 오래된 카페가 있던 곳인데, 커피 한 잔 해 보기도 전에 없어졌다는게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네이바의 단골이 됐다. 다들 흩어지고 아저씨들 너덧명이 시덥잖은 수다를 떨길래 바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은 벌써 아침 7시였다.



날이 밝고 진짜 오늘은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그래서 런치로 동네에서 유명한 그라탕집을 갔는데... 와 살찌고 무거운 맛 좋아하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닥 평판이 좋지 않은 집이었다.



전날 사바스에 노트북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느지막히 사바스로 가서 연유 딸기와 커피를 주문해놓고 일을 시작했다. 바 점장 테크노상이 계속 말을 시켜서 별로 일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바 주인인 마크상 커플이랑 이리에상이 와서 소멘나가시를 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만 봤던 건데 이런걸 현실에서도 하는군... 좋은 경험이었다.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 싶어서 집에 돌아와서 겨우 일을 끝마치니 9시쯤 되어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특히 내일이 없는 여행자 신분의 나로서는... 그래서 오늘은 잔지바루 스타트, 사바스에서 타나로 옮겨다니며(사진상) 진탕 퍼마시고 다음날 아침 8시 하네다 출발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원래는 아무리 늦더라도 11시에 김포에 떨어진다 생각했고, 회사가 대방역이니 충분히 반차로 해결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믿고 짠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심신의 상태가 영 불안해 결국 연차를 냈다. 이것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될 줄은...



김포-하네다 노선의 메이저 항공사의 경우 거의 없는 상황이긴 한데, 출발 전날 연착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하지만 노느라 정신이 팔린 나는 그것을 읽지 않았고, 6시쯤 황급히 술자리를 정리하고 뛰어나와 하네다에 도착해 보니 웬걸 11시까진 기다리셔야 한단다. 내가 그 메시지만 읽었어도 아침밥 먹고 천천히 나와서 타도 되는 건데 분하기 그지 없었다. 보상으로 나온 건 하네다 공항 1000엔 식사권... 하네다 물가 알고 이러는 건지... 잔액은 환불도 안 되더라. 먹고 나니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일단 출국 수속을 하고 늘 도쿄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던 흡연 카페로 가서 꾸벅꾸벅 졸면서 라인을 돌렸다. 언제나 여기서 눈물과 콧물을 흘리곤 했지만 졸려서 온몸의 구멍이 다 막힌 각이었다.



처음으로 공항 활주로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그리고 좌석에 까무룩 앉아 잠이 들기 전까지 계속 생각했다. 이제 3박4일 일본여행 같은 정상적인 건 성에 안 차서 안되겠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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