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3 ~ 2018.4.17 ③, ④, ⑤
위클리맨션에 입주했다. 오후 6시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 위를 뒹굴다가 도저히 이래선 안 된다는 마음에 느지막히 집을 나와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시부야 미야마까지 걸었다. 치쨩, 하나쨩, 타나 부부, 이리에상, 하루카상, 준까지 5월 한국여행을 오겠다고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펴 놓고 함께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3월에 한국에 와 주었던 메구미와 사토미를 신주쿠 라멘집에서 만났다. 사토미는 그 사이에 교토 여행을 다녀왔다며 내 이름이 적힌 젓가락과 팩을 선물로 줬다. 나도 둘을 위해 준비한 호박즙을 건넸다.
라멘을 즐기지는 않는데, 맑은 국물이면 그나마 먹을 수 있다. 맛있게 먹고 나오니 둘이 나를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단다. 늦게 하는 곳이라 자정까지는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일본어에는 욕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욕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최대한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말을 알려달라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둘이 이것저것 단어들을 쏟아냈는데, 대부분이 성기능에 관한 이야기였다. ㅋㅋㅋ
두 사람이 날 데려가고 싶었던 곳은 게이바였다. 신주쿠니쵸메에는 여러 콘셉트의 게이바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이태원 소재의 게이바나 클럽에 가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재미있었던 기억은 없다. 둘이 자주 간다는 바 문을 여니 비키니 차림의 주인이 있었다.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럼 비키니를 입지 말아야지... 주인의 컨디션 때문인지 이 아이들과 대화가 안 돼서인지 정말 지루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두시까지 묶여 있었다. 아, 신주쿠니쵸메 게이바는 대부분 차지를 받고, 술값도 비싼 편이다.
겨우 바를 나와서 홈으로 컴백했다. 메구미와 사토미는 노래방에 가자고 말했지만 나는 피곤하다고 뻥을 치고 나나메에 갔다. 작년 말에 보고 못 봤던 텟페이가 있었다. 충격이었던 건 텟페이가 나랑 동갑이었다는 사실... 이상형을 연예인으로 말한다면? 같은 시덥잖은 주제로 수다를 떨고 보니 게이바에서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어쩌다가 피어싱, 타투 이야기도 나왔는데 나나메 주인 텟쨩은 변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 사이에 피어싱을 했다고 하면서 보여줬다.
위클리맨션은 생각보다 좋았지만 이틀째 자고 나니 단점이 보였다. 먼저 철로와 완전히 붙어있다는 점... 집이 흔들린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동네에 웬 뮤지션들이 출몰해서 랩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누가 신고해주길 바랐지만 있는 내내 그런 감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은 예전에 만났던 렌이라는 친구가 일한다는 돈까스집을 몰래 가 보려고 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처음에 렌을 봤을 때 요식업에 종사한다고 하기에 요리를 만드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요식업계 재벌집 아들이었다. 꼭 결혼 신청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과적으로 돈까스집 방문은 실패했다. 구글맵에 의존해 돈까스집 앞까지 가서 '豚'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가게로 생각없이 들어갔더니 중국집이었다... 돈까스집은 옆집이었다... 나가기도 뭐하고 해서 야키소바를 시켰는데 생각했던 비주얼이 아니었다. 레몬 어쩌구였는데 엄청 셨다. 먹고 타나에 돌아가서 이 이야기를 하니 돼지라고 써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타나에서 쭉 버텼던 모양인지 이날은 사진이 타나에서 멈춰 있다. 다음날은 대학 때 친구 둘이 일본에 놀러 오는 날이었다. 머무는 동안 내가 잡은 위클리맨션에서 자기로 했다. 역에 도착해 배고파 하는 아이들에게 무얼 먹일까 고민하다가 디쉬로 가기로 했다. 나도 처음 먹는 이 가게 명물 미트파이와, 라자냐와 파스타를 시켰다. 아이들은 커트러리부터 이런 비싼 걸 놨다가는 우리나라라면 다 훔쳐갈 거라며 감동을 시작했다. 맛과 볼륨도 크게 만족을 해 주어서 내가 다 뿌듯했다.
밤에는 내가 술을 마시느라 바쁘기 때문에 이외의 시간은 되도록 친구들과 같이 있으려고 했다. 먹고 싶었다는 수프카레를 먹으러 시모키타자와까지 갔다. 나도 재작년 시모키타자와를 계획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먹은 수프카레의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기꺼이 동행했다. 카레에 관심 없는 나도 들어본 적 있는 상호여서인지 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겨우 먹었다. 먹을 만했다.
돌아와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사우다지에 갔다. 이케다상이 부인과 친구들과 함께 와 있어서 알은체를 했다. 셋이서 적당히 술을 마시고 나는 2차로 가는데, 디쉬 스태프들이 창가에 매달려 반갑게 나를 불렀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 거리의 여자였다, 나는.
잔지바루에서 손님이 데려온 고양이랑 놀다가 네이바로 갔다. 모험하는 마음으로 물만두를 시켰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있는 내내 사람들에게 추천할 정도였다. 치카라상은 그냥 파는 걸 데워서 내놓은 거라 했는데, 분명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까지 같이 마셔준 상대는 쿳상이었다. 사실 지난 여행까지는 쿳상에게 마음이 조금 있었다. 꽤 적극적으로 접근해 와서 흔들리기도 했지만, 보고 싶어서 밤에 부르면 제때 나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점점 식었다. 2019년 5월 현재 시점에서 대쉬가 점점 세지고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