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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May 05. 2019

그 거리의 여자

2018.4.3 ~ 2018.4.17 ⑥, ⑦

날 밝을 때까지 마셨으니 친구들과 아침부터 일정을 수행하는 건 무리다. 친구들이 나가 있으면 점심부터 합류하기로 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다보니 유명한 텐동집에 간 다음 디저트 가게에 간다고 했다. 디저트 가게부터 참가했다.



평소 같았으면 자리 잡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데, 운 좋게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안내받았다. 가끔은 이런 혀 끝의 행복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 중 한 명이 일본에 올 때마다 찾는다는,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스시집을 예약해 놓아서 거기로 가기 전 니시오기쿠보 구경을 했다.


사실 스시집에 갈 생각은 없었다. 1일 예산을 8천엔으로 잡아 두었던 데다가 위클리맨션 출혈도 꽤 있었기 때문에 금전 문제로 스시집을 고사하려 했건만... 예약한 친구가 8천엔 정도면 먹을 수 있다며 괜찮다면 생일선물로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합류하게 됐다. (참고로 생일은 4월 10일임)


니시오기쿠보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동네였다. 내가 만약 지금의 동네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니시오기쿠보에 정착하고 싶을 정도였다. 우선 조용한 게 가장 좋았다. 돌아다니기도 지쳐서 역 근처에 아무 바나 들어갔는데, 음악을 신청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분위기가 모든 것을 씹어먹는 곳이었다. 필 받아서 30분 만에 두 잔을 마시고 나가는 길에 주인에게 정말 좋은 가게라고 꼭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스시집에 도착했다! 간판도 없는 곳이라 예약 없이는 올 수 없다고 했다. 오마카세 코스를 주문했는데, 전채부터가 맛이 남달랐다. 먹다가 바 자리가 비어 옮긴 후 스시를 계속 주문했다. 나는 금방 배가 불러서 코스가 끝난 후에도 두 번 정도만 더 주문해서 먹었는데 이 친구들 역시 대식가 답게 한참을 더 먹었다.


밖에서는 뭐하는 집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계산하려고 보니 무려 45만원이 나와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웃음을 참을 길이 없다. 카드도 안 되는 집이라 셋이 어떻게 돈을 끌어서 내긴 했는데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돈을 내겠다고 한 친구가 안쓰러워 몇 천엔을 쥐어줬다. 나도 남은 날들이 많아서 3등분은 무리였다.


그리고 나는 타나로 돌아와서 아침까지 하즈키, 선장과 밴드 활동을 했다. 지난 여행에서 레드핫칠리페퍼스의 광팬 세 명과 타나 주인 미카쨩까지 포함해 각각 포지션까지 정해서 밴드를 결성했었다. 밴드 활동이래봤자 타나에서 레드핫칠리페퍼스 틀고 떼창하는게 전부지만.


친구들이 도쿄를 떠나는 날이다. 한 친구는 한국에서의 일 때문에 비행기 시간이 빨라 아침에 귀가하며 스쳐지나갔다. 나머지 친구와는 마지막으로 하라주쿠에 갔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레드락에 가서 스테키동을 먹고, 지나가다가 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사진용으로 하나 사서 먹고 보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좀 쉬었다. 낮에도 밤에도 돌아다니다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다음날 생일이라고 이날은 감독, 치쨩, 각키랑 우니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내가 우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우니샤브로 유명한 집을 예약까지 해 놓았다. 그런데 그 맛있는 걸먹으면서도 왜인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우니를 먹고 타나로 향했다. 사실 이걸로 서프라이즈 같은 건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기운도 없고 너무 심심해서 내가 음악을 틀겠다고 했는데, 이에무라상이 갑툭튀해서 자기가 틀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평소에 그러지도 않는 양반이 왜 이러지? 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아 시바 나 간다 이러고 아이팟을 집어던진 순간 갑자기 2층에서 케익을 든 타나다이가 내려왔다 ㅋㅋㅋㅋㅋ 진짜 집에 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선물을 내놓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치쨩이 준비한 롤링페이퍼를 보는데, 뒷면에는 작년에 키라와 찍은 사진을 타나다이가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울 것 같아서 읽지 않으려 했는데, 채근을 하길래 읽다가 이 가게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히데상의 메시지에 결국 울고 말았다. "효진, 발견해서 다행이다!"



그리고는 동네 바 순회를 하고 결국 나나메에서 점심 때까지 자고 말았다... 텟쨩 미안... 1분 거리에 치쨩 집이 있었지만 둘 다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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