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발의 람보 그리고 등 근육

영화 ‘사냥’ 안성기

by 나효진

‘국민 배우’ 안성기의 연기 경력은 무려 59년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으로 따지자면 나고 자라 빠르게는 손주까지 봤을 세월입니다. 그렇지만 영화 ‘사냥’으로 돌아온 그의 연기 열정은 아직 식지 않은 듯합니다.


노출 연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안성기가 이번 영화에서는 민소매 상의 사이로 은근히 보이는 등근육을 자랑했습니다. 특유의 깊게 패인 눈주름에 극 중 백발까지 소화한 그였지만, 깊은 산 속에서도 장정 여럿을 압도할 만큼의 활력과 카리스마가 존재했죠. 오랜 시간 육체 노동과 산행으로 다져진 캐릭터다 보니 날렵한 근육질 몸매를 선보여야 했는데요.


movie_image (3).jpg


안성기는 지난 6월 열린 ‘사냥’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체력 소모가 많기는 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그러나 열심히 일어나서 뛸 수 있다는 게 행복했고요. 즐거움이 고통보다 컸습니다”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언급했듯 지난 6월 23일 첫 공개된 ‘사냥’ 속에는 안성기의 근육이 심심찮게 목격됐는데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성기는 “운동을 워낙 좋아한다”며 “하루에 30~40분씩 걷거나 뛰고 나머지 시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힘들더라도 꼭 하고 넘어가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레버넌트’의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 못지 않은 ‘실미도’ 출신 안성기였습니다.


탄띠를 온몸에 두른 채 장총을 들고 다니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람보의 한 장면을 떠올렸을 터입니다.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에 이어 ‘람보’라는 애칭이 생길 것 같다는 농담에 안성기는 “이 영화에서 두 세 번 웃음이 나온 부분이 바로 그 람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어요”라며 “괜찮더라고요”라고 극 중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총도 희한하게 쏴 보기도 하고 했는데, 그 동안에 이런 모습을 못 보였던 것 같았습니다. 색달라서 참 좋았고, 람보 영감은 람보이긴 한데 고뇌에 찬 람보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죠.


movie_image.jpg


59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 겪었던 일도 있었다는데요. 그는 “비오는 와중에 싸우는 장면을 일주일 정도 찍었는데, 밤에는 라이트를 켜고 촬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를 맞으면 라이트가 터져요.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비 오는 밤에는 촬영을 안 하는 게 관행인데, 제작진이 미리 라이트를 완벽하게 준비해 놨더라고요”라며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그 덕분에 극 중 빗 속 혈투 장면은 정말 근사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아쉽게도 7월 극장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조 ‘다작 요정’이자 ‘국민 배우’ 안성기의 백발 람보 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사냥’은 가치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진] ‘사냥’ 스틸컷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박찬욱, 거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