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효진 Apr 28. 2016

송혜교, 괘씸죄 벗을 수 있을까

‘초상권 논란’ 총정리

논란을 일으킨 배우가 본업을 잘 해냈을 때 그 허물이 씻기는 경우는 최근까지도 왕왕 목격됐다. 대표적인 예가 송혜교다.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온에어되기 직전까지도 관련 기사 아래는 “송혜교 때문에 이 드라마는 패스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배우 입장에서는 매우 무거운 족쇄였겠지만, 그를 사랑했던 팬들의 상처도 그만큼 깊었다.

‘태양의 후예’가 방송된 후 상황은 급변했다. 극 중 송혜교가 연기한 강모연 캐릭터는 꺾이지 않는 직업적 신념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크게 호평받았다. 자연히 배우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대중 가운데는 아직 ‘그 사건’을 잊지 못한 이들도 많았지만, ‘태양의 후예’ 이후로 송혜교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드라마가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지 얼마지 않아, 송혜교를 둘러싸고 또 한 번의 잡음이 발생했다. 송혜교가 주얼리 회사에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올 1월까지 송혜교와 전속계약을 맺었으며, ‘태양의 후예’에 제작 지원을 하고 독점 협찬권을 받은 J사가 송혜교의 허락 없이 초상을 자사 광고에 사용했다는 이유다.


송혜교 측은 언론을 통해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소송을 통해 발생되는 배상금은 신진 주얼리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자의 디자인을 도용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며, 대기업의 갑질에 의욕이 꺾이는 한국의 신인 디자이너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자세한 사실 관계가 드러나기 전, 송혜교 측의 입장만 나온 상태에서 봐도 이 같은 기부 공약은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판결은 커녕 진행도 아직인 재판에서 배상금을 받아 기부를 하겠다는 호언장담이 과연 이 상황과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별안간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다가 생색을 내겠다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대기업의 갑질에 상처받는 신진 디자이너를 굳이 끌어다 붙여야 했는지도 물음표가 남는 대목이다.

J사도 입장을 내놨다. ‘태양의 후예’ 측과 맺은 제작협찬지원계약서에는 J사가 드라마 장면 사진 등을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초상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송혜교 측에 따르면 출연자는 출연료도 지급받고 초상권료도 이중으로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어떠한 근거에서 이렇게 이중으로 대가를 징수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J사는 송혜교의 과거 세금 탈루 논란을 언급하며 광고모델 효과는 고사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브랜드 뮤즈를 보호하고자 이를 묵과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는 J사가 드라마 장면을 마케팅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나섰다. 제작사와 사전 협의 없이 공식 포스터를 제외한 장면들로 광고를 한 것은 엄연한 위법이라는 것이다. 송혜교측의 재반박도 나왔다. 드라마 PPL과 초상권은 별개이기 때문에 드라마 장면은 제작사와 협의 하에 쓰면 될 일이고, 송혜교 측의 초상을 사용하려면 따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양측의 포화를 맞은 J사는 아예 계약서 원문을 공개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갑(J사)이 온라인또는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홍보용 포스터 스틸 및 예고편등 관련 영상물 소스 제공’이라고 또렷이 적혀 있었다. 이제 제작사와 송혜교는 해당 논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 듯했다. 하지만 J사가 공개한 것은 일부였고, 이번엔 전문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다. 드라마 관련 소스를 쓸 수는 있지만, 사전에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사건은 법리적 해석이 아니고는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을 만큼 진흙탕이 됐다. J사는 계약을 입맛에 맞게 풀이했고, 제작사는 이에 대해 온전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한쪽 편에 서서 감정적 대응을 연발할 정도로 미숙했다. 그러나 최초 문제 제기자이자 이 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송혜교 측은 괘씸죄까지 벗을 수 없을 듯하다. 그 와중에 송혜교가 공식 포스터에 J사의 상품이 아닌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브랜드 A사의 주얼리를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와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은 J사다. J사가 드라마에 투자한 것이 자선사업의 일환은 아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센스가 있는 배우라면 공식석상에서도 J사의 주얼리를 착용했을 테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고 안하고에 법적 강제성이 있지는 않다. 실제로 J사와 A사의 극 중 주얼리 노출 빈도를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도의적으로 볼 때 다소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어떤 주얼리를 달든 그야말로 자기 마음이다.


문제는 A사가 드라마 속에서 자사의 주얼리를 착용한 송혜교의 사진을 마케팅에 이용했으나 송혜교 측도 제작사 측도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사의 주장에 비춰 봤을 때, J사는 공식 포스터를 홍보에 써야 하지만 송혜교는 해당 화상 속에서 제작 협찬도 하지 않은 A사의 주얼리를 달고 있다. 법적 잘잘못은 J사와 제작사 간의 풋티지(footage, 드라마 영상을 활용하는 광고) 계약이 확실히 밝혀진 후 가려질 것이고, 답답하다고 계약을 어겨서는 안 될 테지만 상도덕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안타까움이 들 만한 사안이다. 게다가 송혜교가 가장 먼저 초상권 침해 이슈를 꺼내야 하는 대상은 A사다. 드라마에 돈도 안 댔는데 캡처는 마음대로 쓴 A사가 버젓이 성업 중인데, 그 죄는 J사에게 묻는 형국이다. 이 같은 선택적 소송은 송혜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자충수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 회복한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욕심으로 무너뜨린 형국이다. 송혜교는 좀 더 멀리 봤어야 했다. 소송을 걸어 봐야 얻는 금전적 이익은 미미할진대, ‘송혜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사건은 하나 더 늘었다. 표적을 잘못 찾은 이번 문제 제기 탓에 과거의 허물까지 다시 들춰졌다. 얼렁뚱땅 기부 선언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 했으나 이조차도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수 년 전에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던 사람이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법전을 들고 나선 데다가 남의 곳간 털어 기부하겠다니 곱게 보일리 없다. 그는 과연 괘씸죄를 벗을 수 있을까. 다른 논란의 그림자 없이 송혜교의 연기만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사진] ‘태양의 후예’ 공식 포스터

매거진의 이전글 차도는 스피드를 내지 않는 쪽이 위험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