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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Sep 17. 2016

정말 웃기고 정말 다정한, 재커리 퀸토

영화 ‘스타트렉 : 비욘드’ 재커리 퀸토

‘스타트렉’ 시리즈가 ‘스타워즈’와 함께 스페이스 오페라 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계실텐데요. 두 작품 모두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스타워즈’가 다소 신화적인 느낌의 복수극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스타트렉’은 엔터프라이즈호 선원들의 모험을 다루는 식이죠.

지난 2009년 트레키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 리부트된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통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것은 단연 스팍 역의 재커리 퀸토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이 캐나다 출신 배우는 레너드 리모이의 스팍을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서늘한 말투로 재해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극 중 스팍은 벌칸인과 인간의 혼혈로,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 핏줄 때문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극도로 이성적인 성격으로 주변인들과 충돌하기도 하는데요. 과거 사람들이 미래 인류의 것이라 상상했을 법한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감정이 거세됐다고 봐도 좋을 만큼 냉철한 모습의 스팍이 엔터프라이즈호에서의 항해로 변화하는 과정은 감동까지 선사했습니다.


이 스팍을 연기한 재커리 퀸토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영화 속 제임스 커크 선장으로 분한 크리스 파인, 몽고메리 스캇 역의 사이먼 페그와 제암스 린 감독도 함께였죠. 리부트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할 ‘스타트렉 : 비욘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재커리 퀸토는 자타칭 ‘정말 웃긴 사람’이었던 데다가 정말 예의 바른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회장에 등장한 사이먼 페그가 자리에 앉자 재커리 퀸토가 그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는 재커리 퀸토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 팬들의 열렬한 환대에 먼저 감사를 표했습니다. 벌써 7년 동안 세 편을 함께 해 온 ‘스타트렉’ 시리즈 동료들과는 뜨겁고 강한 우정을 나눴다는데요. “이렇게 항상 같이 일하게 된 것이 정말 좋고, 잘 지냈고 호흡도 잘 맞았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유시간은 세 배우가 함께 보냈던 모양인데요. 먼저 마이크를 잡은 크리스 파인이 쇼핑 품목부터 들렀던 카페와 식당 이름까지 열거하며 몹시 자세히 자신의 일정을 보고하자 재커리 퀸토는 “크리스와 모든 시간을 함께 했지만 신발은 안 샀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죠.


‘스타트렉’이라는 어마어마한 프랜차이즈에 출연하게 된 소감에 대해서는 “친한 친구들과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는 크리스 파인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별세하셨지만 레너드 리모이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보람찼습니다”라며 “이 멋진 시리즈의 본질은 인본주의와 희망에 있습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사이먼 페그가 재커리 퀸토에게 은근한 사인을 보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재커리 퀸토 역시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사인을 보낸 것 같다”고 응수한 후 크리스 파인에게 마이크가 넘어갔을 때 똑같이 사인을 보내기도 했죠. 한 순간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엔터프라이즈호에서의 모험은 행복하고 즐거웠다네요.


유머라고는 조금도 없는 스팍 캐릭터를 맡은 재커리 퀸토의 실제 유머 감각도 궁금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재커리 퀸토는 “저는 정말 웃긴 사람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어 큰 웃음을 줬습니다. 사실 많이 웃고 싶지만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제한적이라 장면 중간중간 웃으려고 노력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에 부드러운 말투와 차분한 화법으로 성실히 답변을 하다가도 곁에 있던 크리스 파인이 엄청난 재채기를 하자 “갓 블레스 유”라고 말하는 다정함까지 보여 줬습니다. ‘스타트렉’ 리부트 트릴로지는 끝났지만, 재커리 퀸토의 스팍을 더욱 오래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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