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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Oct 17. 2016

깐깐한 틸다 스윈튼, 슈퍼 히어로를 택하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틸다 스윈튼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를 일컬어 “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경력의 배우들이 가장 많이 모인 마블 영화”라고 자평했습니다. 그 말에 걸맞게, ‘닥터 스트레인지’에는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베네딕트 컴버배치, 매즈 미켈슨 등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틸다 스윈튼은 상당히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합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신비스러운 분위기 덕에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역할들을 많이 맡았는데요. 그렇다고 특이한 배역만 한 것은 아닙니다. ‘케빈에 대하여’에서는 혼란스러운 모성을, ‘설국열차’에서는 극한의 이기주의를, ‘비거 스플래쉬’에서는 치명적 사랑의 주인공을 연기했죠.


그런 그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슈퍼 히어로의 조력자로 변신했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역할이나 촬영 환경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 고집 있는 배우로도 유명한데요. 이번에 ‘닥터 스트레인지’로 대형 프랜차이즈에 가담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최근 열린 ‘닥터 스트레인지’의 화상 라이브 컨퍼런스에 참석해 “여러분도 저도 몰랐던 마블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케빈 파이기 덕분에 조성된 멋진 환경은 처음 유치원에 들어가는 기분도 줬죠”라고 밝혔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즐겁지 않은 환경이나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영화를 하지 않습니다. 홍보를 위해 함께 여행도 다녀야 하니까요. 출연진과 친해질 수 있는가, 술 먹은 다음 날 아침 같이 먹을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해피 플레이스였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었죠.


그가 맡은 에인션트 원은 원작과 좀 다른 캐릭터입니다.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다른 점이죠.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틸다 스윈튼은 “저는 그저 배역을 수락했을 뿐”이라며 감독에게 답변 기회를 돌리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질문을 넘겨 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은 “원작이 나온 1960년대에는 당시 미국의 고정관념들이 캐릭터에 배어 있었는데, 이를 영화에 넣기는 싫었습니다. 남성인 인물을 여성으로 바꾸겠다 생각한 후에는 틸다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죠”라고 말했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감독이 답변을 끝낸 후에야 캐릭터에 대한 첨언을 간단히 하기도 했죠.



슈퍼 히어로물이 넘쳐나다 보니,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도 언급됐습니다. 이에 스콧 데릭슨 감독과 케빈 파이기 대표가 의견을 밝히자, 틸다 스윈튼은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지겨워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징조라는 설명이었죠. 연륜 만큼이나 소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로 처음 한국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내년 개봉 예정인 ‘옥자’에도 출연합니다. 대표적 친한파 스타인 틸다 스윈튼은 홀로 한국말 인사를 준비해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죠.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도 “저희가 서울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며 진심 어린 아쉬움을 표현한 그였습니다. 오는 25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전야개봉되는 ‘닥터 스트레인지’ 속 그의 활약이 더욱 반갑고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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