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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Oct 28. 2016

또 한 번의 절절한 모성애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엄지원

코믹부터 우아까지, 배우 엄지원은 못하는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13년 개봉된 ‘소원’에서 보여줬던 엄마 연기는 관객들을 울렸죠.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끔찍한 일을 당한 딸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그의 ‘인생 연기’ 덕에 영화는 걸작으로 남았습니다.

그런 엄지원이 ‘미씽 :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을 통해 또 한 번의 ‘인생 연기’ 경신에 도전합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 영화에서도 엄마 역을 맡았는데요. 극 중 보모 한매(공효진 분)와 함께 사라져 버린 13개월 난 딸을 찾아 나서는 그에게서 절절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엄지원은 27일 열린 ‘미씽’ 기자간담회에서 “인생 연기가 나왔다더라”는 말에 “어디서 나온 말인지…”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는 싱글맘과 워킹맘 등 사회적 부담을 잔뜩 짊어지고 살아가는 영화 속 지선에 대해 “삶의 무게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인물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멋지지만 딱한 캐릭터를 맡은 엄지원은 이날 공개된 캐릭터 탄생 비화 영상을 보며 당시의 감정들이 솟아났는지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영상 편집을 잘 하셨네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라며 손으로 눈가를 누르던 그는 끝내 눈물을 흘렸죠. 해당 영상에는 딸을 찾아 다니며 내뱉었던 엄지원의 피맺힌 절규들이 담겼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현재 자녀는 없는 엄지원이 ‘소원’이나 ‘미씽’에서 보여 준 모성애는 깜짝 놀랄 만큼 섬세했습니다. 엄지원은 이날 간담회의 MC이자 아들 하나를 둔 엄마 박경림에게 “시나리오를 가슴으로는 이해하지만 경험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어 보고 싶어요. 엄마들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거든요. 관객에게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부족하지는 않을 지 하는 것들이 항상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지선이라는 인물이 가진 고독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회적 약자이고, 이혼했다는 편견 속에 있잖아요. 지선의 가장 큰 딜레마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아이를 집에 두고 일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죠. 정작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박경림은 “솔직히 얘기해 보세요. 몰래 아이 키우고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배우로서 진지한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 준 엄지원이었지만, 남다른 장난기는 숨기지 못했습니다. ‘미씽’에서 제작진보다 오래 촬영장에 있어야 했을 만큼 분량이 많았던 그는 장난을 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는데요. “다른 영화 할 때는 안 왔다고 거짓말하고 갑자기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극 분위기도 무겁고 해서 못 했어요”라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엄지원씨에게 한 번 속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는데요. “‘제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떻게 밥을 먹겠습니까’라며 식사를 안 하시더니, 나중에 매니저에게 물어 보니 간식을 챙겨드렸다더라고요”라는 것이었죠. 귀여운 장난에 촬영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을 듯합니다. ‘미씽’에서 이 같은 엄지원의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딸 잃은 엄마의 고통을 처절하게 표현할 그가 궁금해지네요. 오는 11월 30일 개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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