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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Dec 01. 2016

무능한 대통령의 얼굴로 시대를 말하다

영화 ‘판도라’ 김명민

영화 ‘연가시’로 대한민국을 덮친 재난 상황의 한복판을 그려냈던 배우 김명민이 이번에는 예기치 못한 원전 사고의 컨트롤타워에 섰습니다. 그의 진중한 이미지가 한결 돋보이는 젊은 대통령 역할을 맡았는데요.


그러나 말쑥한 수트와 형형한 안광과는 달리 ‘판도라’ 속 대통령은 몹시 무능합니다.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인 국무총리와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그 입씨름의 끝은 늘 총리의 승리로 돌아갑니다. 국가적 재난이 닥쳤음에도 이를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하며 상황은 점점 극한으로 치닫죠.

어딘가 익숙한 광경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끔찍한 인재(人災)가 있었고, 정부의 늑장 대응과 부족한 매뉴얼 탓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죠. 때문에 ‘판도라’의 면면에서 현 시국을 읽는 관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9일 열린 ‘판도라’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한민국의 오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김명민은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시원한 발언들을 쏟아냈는데요. 영화 상영 후 묵직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그만의 센스로 띄웠죠.


김명민은 “대통령 역을 맡았다고 할 때마다 웃으시는데요.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안 좋은 이야기는 사적으로 해 주시고 좋은 이야기만 부탁드립니다”라고 첫 인사부터 능청을 떨어 큰 웃음을 줬습니다.


그가 ‘연가시’에 이어 ‘판도라’를 통해 박정우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을 잡게 된 데는 감독의 감언이설(?)이 주효했다는데요. 박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역을 할 배우가 명민씨 밖에 없을 것 같고, 명민씨가 거절하면 대통령 역을 없애버리자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죠. 이에 김명민은 “제가 이 말에 넘어가서 대통령 역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온 몸에 방사능 먼지와 피딱지를 묻힌 채 연기해야 했던 배우들에 비해 김명민은 청와대에서만 촬영을 진행했는데요. 그는 “제가 별로 한 게 없습니다. 무능한 대통령을 어떻게 무능해 보이지 않게 연기할까를 고민했는데 역시나 무능해 보이더군요. 저는 청와대에서 럭셔리하게 촬영을 했기 때문에 송구스럽습니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현 시국과 관련한 발언을 부탁받은 김명민은 “그 질문 나올 줄 알았습니다”라고 운을 떼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그러면서 민감한 발언 대신 대통령 역을 연기하며 아쉬웠던 점으로 답변을 갈음했죠. 그는 “총리만 잘 만났어도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텐데. 다음에 대통령 역을 한다면 유능한 대통령을 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순발력이 놀라웠습니다.


김명민은 ‘판도라’가 나라와 국민들에게 희망과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얼만큼의 현실 인식과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는 12월 7일 극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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