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산후도우미 서비스 이용하기
이 전 이야기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과 달리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모자동실을 하는 캐나다인 데다 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없어 아기를 낳는 그날부터 육아는 오롯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다.
하지만 19세에 이민을 오셔서 한인분들을 많이 아시는 시어머니께서 토론토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산후도우미 서비스가 있다고 하시며 어머니 친구분 며느리도 출산 후에 도우미서비스를 이용하셨는데 너무 만족한다고 하시며 추천해 주셨다.
우리가 도우미 서비스를 알아보았을 때는 임신 중기쯤 되었을 때였고, 그 당시 우리는 토론토 시내가 아닌 토론토에서 20-30분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었던 터라, 어렵게 도우미 분을 겨우 확정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토론토 시내에서만 서비스가 거의 가능했었다).
문제는 이사하면서 무리했는지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아기가 3주나 일찍 나왔고, 확정받았던 도우미분은 한국에 방문 중이셨다. 산후도우미 서비스 매니저님께서 다른 분을 혹시 배정해 드려도 되냐며 급히 다른 분을 배정받았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퇴원한 다음 날 바로 와 주셨다.
도우미 서비스는 너무 편했다. 아침 8시쯤 출근하셔서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설거지, 아기 빨래, 아기 수유도 도와주시며 산모 마사지도 해 주 셨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게 처음이라 이것저것 잘 모를 때 옆에서 친근하게 알려주셨다. “자기야”라고 부르시며 너무 친한 척(?) 하시는 게 가끔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도와주러 오신 분이니 참을만한 불편함이었고, 내가 낮잠도 잘 수 있게 아기도 봐주셨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변한 걸까 아니면 숨겨뒀던 본성이 나온 걸까, 남편은 도우미 이모분을 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해했고 둘은 한두 번씩 의견 충돌이 있을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 산 비싼 “나무” 테이블에 뜨거운 커피 컵을 컵 받침 없이 도우미분 께서 그냥 올려 컵 자국이 났다고, 건조기에 먼지 안 빼고 건조기를 돌렸다고, 손수건 4개만 돌렸다고, 또 낮에 전기세 비쌀 때 돌린다고 (캐나다는 주말, 이른 아침, 저녁에 전기세가 싸다) 등등 여러 가지를 남편이 하지 말라고 부탁드린다거나, 혹은 반대로 도우미분 께서 산모 가슴이나 어깨 마사지를 해 주실 때 “보통 남편들은 산모님들 마사지받을 때 옆에 안 계시는데~~” 하시며 불편한 눈치 아닌 눈치를 주신다거나, 사소한 것 들에서 그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자랐고 내 성격상 불편해도 웬만하면 특히 어른들 께는 참고 넘어가거나 조심스럽게 말하는 편인데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2세 남편은 자기 기준 ‘틀렸다‘(사실상 다른 것 이겠지만)라고 생각이 되면 서슴지 않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남편에게 ”마음이 편해야 조리를 하는데 마음이 안 편해서 조리가 안돼 “, ”이모님은 한 달 후에 가시니깐 조금만 참아주면 안 될까?”, 등등 내 의견을 표현했고, 남편은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 성격이 어디가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도우미 분께서 우리 집에 오신 지 5일쯤 되었을 때 일어났다. 그때만 해도 캐나다에서는 태어나자마자 포경수술을 하는 확률이 반반이라고 하였던 터라, 시어머니께서 꼭 해야 된다고 하셔서 우리는 유태인 의사를 집으로 모셔서 포경시술을 하였다 (유태인들은 아기들이 태어나서 며칠 내로 집에서 포경시술을 하는 의식이 있어 이 방법이 꽤 안전했다). 포경시술을 하고 나면 5일 정도는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약을 바르고 거즈를 덧댄 후에 기저귀를 덮어야 하기에 번거로운 데다 아기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명이 필요한 일이라 우리가 한다고 도우미 분께 기저귀는 안 갈아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도우미 분께서는 우리를 도와주고 싶으셨는지 아기 기저귀를 갈으셨는데 거즈를 뗄 때 그냥 떼 버려서 피도 아주 살짝 났고 흉터가 생겨 버렸다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 사실을 얼마 후에 기저귀를 갈려다가 알게 된 나는 놀랐고, 남편은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날, 도우미 분과 남편은 크게 언성을 높이며 통화 후에 나는 그렇게 출산 후 5일 만에 하루아침에 산후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애초에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생각도 안 했던 터라 괜찮은 반면에, 이미 도우미 서비스 맛을 본 후라 수유를 돕는 가슴 마사지나 내가 부엌일 안 해도 되는 것들이 조금 아쉽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친정엄마가 오셔도 어차피 아이는 내가 수유하고 도우미분도 계시니깐 오신다는 걸 극구 말렸었는데, 엄마찬스를 써야 하나 고민이 되면서도 엄마한테도 남편이 저렇게 하면 엄마가 불편하실 텐데 라는 걱정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남편은 요리, 빨래, 청소, 산모 마사지까지 육아휴직 쓴 5주 동안 본인이 다 하겠다며 그렇게 우리는 다시 둘이서 육아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