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머물기

부치지 못할 시

by 벼람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중간에 머물기」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언제나 뜀박질이었다.
숨이 차도 끝까지 가야만
내가 진심이었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걷고 있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
몇 번이나 멈춰서며
그의 말투, 손끝,
미세한 표정의 결을 읽는다.

궁금하다.
그는 아침을 먹고 나왔을까,
하루를 몇 번쯤 되짚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더 천천히 다가가야
그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겠다는 다짐은
조금 서글프고
조금은 다정하다.
나는 이제야 안다.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아하는 마음은
이토록 자라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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