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할 시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도망가지 않기를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일은
손에 닿지 않는 먼 산을
매일 아침 커튼 너머로 바라보는 일과 닮았다.
숨기지도 않고, 들이대지도 않으며
조용히 나를 데우는 따스한 시선.
당신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한편으론
언제든 눈이 마주치길 기다리는 마음.
그건 사랑이라기보단,
닮고 싶은 어떤 단단함에 대한 부러움.
나는 생각한다.
그대는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져온 사람이라는 걸.
섬세한 마음을 바위처럼 감춘 채
늘 똑같은 목소리로 세상과 거리를 두는 사람.
그래서
당신이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걸
처음부터 어렴풋이 알았었다.
그렇기에 나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당신에게 짐이 되지 않길 바라야겠지.
지금 이 바람이
당신 마음을 두드릴 수 없다 해도,
그저 나로 인해
작은 흔들림이 일어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스스로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