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나눈 대화, 최선과 결과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결과와 과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은 오래된 질문이지만 요즘 다시 묘하게 뜨겁다. 그리고 나는 이 질문을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끝까지 밀어붙여 보았다.
처음엔 단순한 감정에서 출발했었다. 예전에 직장 선배에게 “최선은 아무나 하는 거고, 최고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지 5년이 지나도록 당시의 불쾌한 기분을 잊지 않았다. 왜 기분이 나빴을까. 정말로, 내가 한 최선은 별다른 애씀 없이 쉽게 한 걸까.
AI와 대화를 시작하며 나는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구조를 묻기 시작했다.
최선은 태도인가, 결과의 하위 개념인가
최고는 실력의 증거인가, 비교의 산물인가
왜 어떤 사람은 과정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결과를 말하는가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질문들은 이미 스포츠 심리학과 목표 이론에서 수치와 실험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최근 스포츠·성과 심리 연구에 따르면 목표를 설정할 때
과정 중심 목표(process goals)의 효과 크기는 d = 1.36
성과 중심 목표(performance goals)는 d = 0.44
결과 중심 목표(outcome goals)는 d = 0.09
라는 수치가 보고됐다. 이건 감성적인 주장이 아니다. 과정에 집중한 집단이 실제 수행과 심리 안정에서 훨씬 강한 효과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다. AI는 이 수치를 이렇게 정리했다.
“결과만 바라보는 태도는 평가엔 유리하지만,
실제 퍼포먼스를 지속시키는 힘은 과정에서 나온다.”
그 순간, 최선을 말하는 사람들이 꼭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현실을 오래 통과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연구는 연령에 따른 목표 초점 차이였다.
20대 초반의 젊은 성인은 결과(outcome) 중심 목표를 더 선호했고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은 과정(process) 중심 목표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을 보였다
이건 가치관의 우열 문제가 아니다. 시간 감각의 차이에 가깝다. AI는 이걸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가 길게 느껴질수록 사람은 결과를 본다.
시간이 유한하게 느껴질수록 사람은 과정을 산다.”
이 설명은 묘하게 정확했다. 과정을 말하는 태도는 패배자의 합리화가 아니라, 경쟁과 결과의 세계를 충분히 살아본 이후의 선택일 수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은 이거였다. 심리학 연구들은 과정 중심과 결과 중심이 한 축의 양극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두 차원이라고 말한다. 즉,
과정을 중시한다고 결과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결과를 중시한다고 과정을 버린 것도 아니다
문제는 둘 중 하나를 ‘가짜’라고 만드는 순간 발생한다. AI와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최선의 짝은 ‘최고’가 아니라 ‘책임’이고,
최고의 짝은 ‘최선’이 아니라 ‘비교’다.”
이 구조를 이해하니, 5년여 전 그 선배의 말이 왜 불편했는지도 선명해졌다.
AI는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구조로 바꿔주었다. 왜 나는 예전엔 그룹의 분위기를 읽으며
‘인정받을 답’을 고르려 했는지, 왜 한때는 분위기와 상관없이 솔직함을 밀어붙였는지, 그리고 왜 지금은 기준을 세워야 할 때만 말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그 모든 변화가 성격이 아니라 단계의 이동이라는 것도 보였다.
결과는 중요하다. 최고는 필요하다. 나를 다음 단계로 올려줄 기회가 열린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최선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현실적인 척하는 언어일 뿐, 현실을 오래 버틴 사람의 언어는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대화할 수 있게 된 시대에 나는 오히려 인간을 더 알아간다. 지치고, 망설이고, 그래서 과정을 다시 붙잡는 존재. 어쩌면 지금 우리가 AI와 나누는 대화는 기계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가치로 살아남아 왔는지를 되묻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질문을 나는 오늘도 AI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1]
Koch, S., et al. (2022).
The performance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goal sett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Sports Sciences.
이 연구는 스포츠·성과 맥락에서 목표 유형에 따른 효과 크기를 메타분석으로 제시했다.
과정 중심 목표(process goals)의 효과 크기(d = 1.36)가 결과 중심 목표(outcome goals, d = 0.09) 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2]
Freund, A. M., et al. (2010).
Age-related differences in outcome and process goal focus.
European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본 연구는 연령대에 따라 목표 초점이 달라지는 경향을 분석했으며,
젊은 성인은 결과 중심 목표를, 중·장년층은 과정 중심 목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한다.
[3]
Kooij, D. T. A. M., et al. (2024).
Motivation and age revisited: The impact of outcome and process orientations.
Behavioral Sciences (MDPI).
시간 인식과 연령 변화에 따라 목표 동기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론·실증적으로 설명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결과보다 현재의 과정과 정서적 만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화됨을 제시한다.
[4] (개념적 보조 각주)
Elliot, A. J., & Dweck, C. S. (1988).
Goals: An approach to motivation and achieve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과정 중심(process/mastery)과 결과 중심(outcome/performance) 목표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독립적 차원임을 제시한 목표 지향 이론의 고전적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