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말 하나

부치지 못한 시

by 벼람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무심한 말 하나


전에 함께 갔던 식당이 유명해졌다고
네가 말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 식당에 같이 가자는 말을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지


그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나는 설렜다


내가 왜냐고 묻자
너는 분명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너에게서 스스로 적당한 거리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의 말 한마디에 자정이 넘도록
혼자 상황을 준비하게 된다


다음에 또 네가 같은 말을 꺼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너와 있을 때 계속 참고 있다고.
이성적으로 끌려 툭툭 흘러나오는 감정과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고 애써 눌러두고 있다고.


너는 내 고백을 거절했고,
그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나는 노력 중이라고.

그런데 네 무심한 말 때문에 흔들리기 싫고,
그건 분명히 불편하다고.
그래서
나는 너와 단둘이 밥을 먹지 않겠다고.

머릿속에서
너와 나의 대화는 길어지지만,
그럴수록
내가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아주 일부라는 사실만
또렷해진다


너는 어느 장소에서도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나는 그 가면만을 만났고,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왜?’에 대한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제 자고 싶다.
잘 자고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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