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할 시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바람의 방식>
일 년간
사람과 공간을 바라보았다
말보다 늦게 닫히는 문
같은 시간에
다른 방향으로 놓인 신발
웃고 있지만
이미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어깨
누구도 틀리지 않았고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다만
장면들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1월
롱패딩을 벗을 정도로 바람이 따듯해진 이틀
눈이 내려서 다시 겨울 바람
떠난 것이 아니라
다 쓴 시간이 있었고
무너진 것이 아니라
속도가 달라진 마음이 있었다
새로운 진실이 생긴 게 아니라
오해가
바람처럼 빠져나간 자리였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그가 서 있던 방향의 바람을
늦게나마 알아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흐름을 알게 된 마음은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바람은 늘
누군가를 데려가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조용히
그 자리에 남겨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