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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Jan 11. 2022

좋아하는 것, 좋은 것만 모아둔
'동백 문구점'

리테일 동백문구점


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손글씨 유튜버인 펜크래프트(instagram.com/@pencraft_)는 올해 9월 문구점 아저씨가 되었다. 손글씨 콘텐츠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펜크래프트는 노트를 제작한다는 소식과 함께 동백문구점의 오픈을 알렸다. 그는 처음 만년필을 썼을 때의 필기감에 반해 만년필에 빠지게 되고 손글씨에 빠지게 되었다.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더 좋은 노트와 펜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문구들을 접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노트의 디자인, 종이 질, 제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노트를 만들게 되면서 동백문구점을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 어 직접 제작한 ‘레토리카 노트’와 사용해본 문구들 중에서 좋았던 것만 엄선한 것들을 동백문구점에 모아 두었다.


망원동 한 초등학교 앞에 있는 동백문구점은 옛날 문방구처럼 등하굣길에 들러 놀다 가는 곳일 것 같지만 이곳은 한 사람의 취향과 안목이 가득 담긴 공간이다. 밖에서 볼 때는 자주색 빛 커튼으로 가려져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 많고 친근한 주인장의 취향이 잔뜩 묻어 난 멋진 공간이 있다. 자줏빛 커튼 너머에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어떻게 꾸며져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상상을 해보았지만 빨간 동백 한 송이가 로고로 그려진 문구점은 어떤 모습일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를 안고 둘러본 동백문구점 안은 멋스러운 원목 장과 샹들리에 그리고 금테로 둘러진 거울이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진열장에 놓인 노트와 만년필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더해주었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문구점의 이미지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예상과는 달리 동백꽃의 우아함을 잘 살린 공간이었다.



선인장, 만년필과 잉크 그리고 엽서와 노트. 이곳에 놓여있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다. 주인장이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이 한데 모여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물건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만들게 된 엽서, 필사를 하다 만나게 된 좋은 만년필… 그렇기에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의 취향과 경험으로 꾸며진 공간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매력적인 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창가에 놓인 책상에는 책과 노트와 필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도 하나의 진열장인 줄만 알고 지나치려 했을 때 앉아서 필사 한번 해보시라는 말에 홀린 듯이 앉아 만년필로 글을 적어보았다. 사각사각한 종이에 매끄럽게 글씨를 쓰다 보니 다른 사람의 취미를 잠깐 경험해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손글씨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직 접 해보지 않고 서는 모른다는 말이 있나 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은 천지 차이였다. 그저 이미지만 보고 지나치는 것과 만져보고 사용해보는 것은 분명 다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찾아 오는 것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힘을 잃고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특색 있는 공간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공간들이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by. the blan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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