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블랭크 Jan 13. 2022

동유럽 오래된 호텔의 무드,
'호텔 세느장'

F&B 호텔 세느장

낡고 오래된, 분홍빛의 타일 사이사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군데군데 타일이 떨어져 나가 시멘트 벽이 드러난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흡사 영화 <그랜드부타페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다. 익선동의 골목 사이에 요즘 말로 힙한 바이브를 뽐내는 레트로풍의 ‘쎄느장’이란 간판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여관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카페 ‘호텔 세느장’이다. 아마도 프랑스의 센 강을 일컫는 듯 한 프랑스어 SEINE에 여관을 칭하는 장( 莊)자를 덧붙여 ‘세느장’인 듯하다.



호텔 세느장은 글로우서울이 진행한 익선동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익선동의 버려진 예전 모텔을 되살려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입구의 레드카펫과 금빛 차단봉, 고풍스러운 열쇠 모양의 손잡이와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 보이는 앤틱한 인테리어가 골목 안의 어떤 공간과도 다르게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온 듯한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견장이 달린 재킷을 입고 둥근 챙이 달린 모자를 쓴 벨보이가 문을 열어주며 맞이할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진짜 호텔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한 인테리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 촬영지로 등장 하기도 했던 이 공간은 중세 유럽의 호텔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최근 불고 있는 뉴트로 열풍 속 카페나 문화공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종의 테마 공간처럼 유니크한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호텔 세느장은 1층부터 5층 루프탑까지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1층엔 세느장의 트레이드마크, 까눌레를 비롯한 디저트가 전시되어 있고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데스크가 ‘컨시어지’라는 이름으로 마련되어 있다. 공간 전체적으로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진짜 호텔의 프런트 로비처럼 직원들도 유니폼을 차려 입고 보타이를 맸다. 2~3층은 카페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고, 4~5층은 저녁에는 바로도 운영되는 카페 공용 공간이다.


각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좁고 가파르며,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천정에 달려 있고, 여기에도 역시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 2~3층의 포인트는 푸른 커튼인 듯하다.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부서진 것처럼 연출한 벽돌 잔해, 폐장한 호텔을 리얼하게 재현했다. 호수가 붙어있는 문이 있는 벽면은 철거 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문을 열고 들어 가면 눈 앞에 호텔방이 나타날 것만 같다. 빈티지한 벨벳 소재의 소파들과 풍성하게 주름 잡힌 벨벳 커튼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잘 꾸며진 공간을 충분히 즐기려는 적극적인 방문객들도 보인다. 중세 유럽 풍의 근사한 모자에 팔을 덮는 장갑까지 코스튬을 착용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곳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르고 눈이 즐거워지는 공간이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유럽에 여행을 온 기분이기도 하다.


특별한 공간은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다. 색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공간에 머물고 공간을 둘러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곳에서 차를 마시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사색에 잠기게 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들이 보다 특별 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모던하고 콤팩트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의 공간들도 좋지만, 이런 테마와 콘셉트를 가진 공간이 사랑받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고 색이 뚜렷한 공간이 많이 생겨 다채로운 문화생활의 토양이 되어주면 좋겠다.



사진 by. the blank_



다양한 공간이야기와 공간데이터가 보고 싶다면!

the blank_ 뉴스레터 구독(클릭)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것, 좋은 것만 모아둔 '동백 문구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