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을까?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서일까? 혹은 어떠한 고통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나마 견딜 수 있기 때문일까?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면 어떡할까?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이 놓였을 때 매번 하는 고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의 길로 들어선 나는 돌이켜보면 잘하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로써 미술을 선택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때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4시간, 8시간, 12시간을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나였다. 한번 집중하면 4시간을 후딱 넘기니 그 시간이 힘들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림을 잘한다고 물어봤다면 아니었다. 물론 잘하는 사람들과 경쟁을 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으나, 세상에는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남들보다 시간 투자도 더 많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밤늦게까지 그림에 매달리다 보니 그래도 목표했던 무리 안에는 속했던 것 같다. 근데 어느 정도 실력이 차 오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일하고 거만해졌던 시기가 있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더 이상 이전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고, 어느 정도 해도 점수가 잘 나오는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내 실력을 부러워했었지만, 나는 그 결과가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들 보다 내가 더 오래, 더 많은 시간들을 투자했으니까... 그 당시 그림 기초를 배우고 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그림을 좋아했었다.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도 좋아했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계속 추구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그리지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했던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에 비웃어도 목표를 향해 지속해 나갔다. 훗날 그 사람은 정말 그림 실력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끔 잘 그렸다. 지금 그와 대결한다면, 100% 사람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고, 나는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의 목표는 입시가 다가 아니었단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만큼 이 일에 진심이었고, 좋아했었나?
세계 최고 머니 코치라고 불리는 보도 섀퍼는 부자가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한다. 어떠한 분야에는 그 분야의 미친놈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찐덕후'들이다. 아무리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도 그것만 하루종일 한 분야만 미친 듯이 판 사람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보다 나중에 덕후의 길로 들어선다고 해도 앞에서 이미 좁고 가늘게 계속 한 가지로만 계속 파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서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보상은 모두에게 그 노력만큼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데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어제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삶에 목표를 맞추지 않고, 목표에 삶을 맞춰야 한다. 지금 상황이 아닌 더 큰 목표를 생각하게 되면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할 테니 말이다. 저 당시의 나는 현재의 삶을 목표로 했던 것 같다. 눈앞에 있던 입시 시험에만 열중했고, 그렇기에 어느 정도 입시에 확신이 차다 보니 노력의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큰 목표를 가질 수 있을까?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의 나의 큰 꿈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을 활용해서 큰 목표에 닿을 것인가? 혹은 큰 목표에 닿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 갈 것인가? 2024년을 시작하며 내 그릇의 크기를 정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