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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승환 Sep 25. 2015

까만 밤

현실의 피난처가 되어버린 밤

어둠이 밀려 들어와

세상의 보이는 것 모두를

검은색으로 만드는 암흑과 같은 밤.

고요하고 적막이 흐르는 까만 밤.


내 마음속을 어지럽혀 놓은

걱정들도 어둠으로 없어졌으면

아픔들도 암흑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잊지 못한 사랑도 까맣게 지워졌으면

영원히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어릴 적 나는 어둠이 온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친구들과 해맑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것과 눈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어둠으로 보이지 않게 돼 버리는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나에게는 그저 하루의 시작과 끝인 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연락을 하기 쉬워졌으니 밝은 낮에는 오랫동안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쓸 수가 없어졌고 쉴 틈 없이 해야 하는 공부와 놓인 일들을 마주하며 바쁘다는 투정을 해대는 나였다.

많은 경험들과 상처들이 쌓여갈 때쯤 조용하고 적막한 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깊은 밤이 기다려지고 있었다. 조금은 감정에 휩싸이는 내 자신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한없이 슬프고  외로워하는 작은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것에 흡족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깊은 밤을 즐기고 있었고 치열한 현실로 부터의 피난처가 된 그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달도 반가워 인사를 건네길


매일 주어지는 밤을 소중히 대한다면, 깜깜한 그 밤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

내가 하루의 아픔들을 까맣게 덮어줄 테니, 또 다른 색으로 너만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 시간 속에서 작은 안식을 내어줄 테니 온전히 너만의 까만 밤의 시간을 만끽하라고.

이 밤은 너를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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