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종로 독서모임 기록
대학생 때 한병철씨의 피로사회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그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시선이 새로웠고 일반적이지 않고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후 심리정치를 읽었고 이건 3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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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트워크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유를 준 것 같지만 허상을 좇게 하는 교묘함이 꼽으며 성취하지 못한 인간을 스스로 채찍질하게 하고 자기착취로 이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런 행태에 기름을 붓는 건 우리가 같은 것들을 좇고 그것들의 과잉상태다. 같은 것의 추구로 생긴 타자와의 무간격은 공명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 반대가 없으면 완충장치 없이 자기침식을 낳는 점을 강조하면서 타자의 존재가 중요하고 에로스와 환대의 정신을 갖고 경청해야 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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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 얘기들은 사실 전작에서의 내용과도 겹치거나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타자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신선했다. 타자는 당연히 나와 다름으로 존재한다고 여겼는데 디지털 소통으로 어느새 그 간격이 좁아지고 같고자하는 욕구에 그 존재 자체가 흐려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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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자면 처음엔 그의 지적과 생각들이 신선했고 결론에 이르러서는 많은 공감이 있었다. 다름의 중요성을 깨닫고 경청의 자세에 집중한 점이 좋았다. 최근에 읽었던 '당신이 옳다'가 떠올랐고, 그 책의 핵심 골자인 '공감의 cpr'이 한평철이 말한 환대, 경청의 구체적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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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얇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말들로 쓰여져 읽다 보면 핵심을 쉽게 놓치게 되는 책이다. 덕분에 간만에 메타인지가 아주 강하게 작동하게 해줬다. 아직도 한국인이지만 독일어로 쓰고 이것을 옮긴이에게 번역을 맡겨 출간한 작가의 심중이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전체적인 그의 생각을 읽으려 노력하면서 독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신선했고 한 번쯤 현사회의 바탕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한 점에 있어서 내게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