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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Nov 09. 2019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너무나 순수했기에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초상

더북클럽 서평팀, 책갈피

리뷰작성자 : 북치는 소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자유롭게 글을 씁니다. 모두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북클럽 #책갈피





“친구, 나는 사회 생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봐.”


공무원인 친구는 가끔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회사에서 상사, 선배, 후배들과 부딪칠 때 그녀는 ‘내가 사회성이 정말 없구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상사와 안 맞아도, 내 성질대로 해도 해고가 쉽지 않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조차 그렇다면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겠느냐,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그 친구에게 할 수 있는 위로였다. 


인간을 두고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또 그만큼 사회적이지 않은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실격’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와닿다가도 ‘저건 나랑 같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인간의 마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욕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허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색과 욕, 이렇게 두개를 나란히 늘어놓고 보아도 부족한 그 무엇



#인간이 되기 위한 자격 



“내게 냉정한 의지를 주시옵소서. 내게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시옵소서. 인간이 인간을 밀쳐내도 죄가 되지 않는 건가요. 내게 분노의 마스크를 주시옵소서.”


인간(人間),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 되기 위한 자격,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타인과 함게 살아가기에 어느 정도 거짓말, 위선 등을 주고받아야 하는 게 인간의 ‘자격’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거짓말에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고 모른 척, 못 본 척 넘기고,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해야 하는 것.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왜?’라고 의문을 가지는 순간 인간으로서 실격된다. 소설에서 ‘광대짓’이라고 표현되는 이 태도를 갖추지 않는다면 인간은 원자처럼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건 인간(人間)의 정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과 살아가기 위한 광대짓과 진짜 ‘나’ 사이에 중심을 찾아가는 게 시소를 타는 것과 같은 아슬아슬함을 느꼈다. 가운데로 중심을 잘 잡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시소는 놀이의 끝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나’가 없어지고 광대짓만 남아버린 인생을 ‘無’로 느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을 터다. 




#실격된 인간의 결말은 고립 뿐인가



“세상에 통하는 합법이라는 것이 무섭고 구조가 불가해하고 창문도 없이 뼛속까지 냉랭한 방에는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비합법의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게 나에게는 더 마음 편한 일 같았다.”



광대짓으로 시소가 꺾여버린 인간의 결말은 자살밖에 없는 걸까. 소설에서 주인공은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다 살아났고 끝에 가서는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작가 역시 수차례 자살시도와 자살 성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정신병원과 자살은 모두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단절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소설은 실격된 인간에게 이같은 결론이 ‘희극’일 수 있다고 묘사했다. 광대짓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광대짓을 하는 데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삶이 오히려 그들에게 비극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 읽는 내내 단절, 고립 말고 다른 답이 이들에게 있기를 바랬다. 소설 주인공의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 봄 직한 고민이고 그 고민의 답이 정신병원/자살이라면 모두가 그런 결말을 맞아야 하는 꼴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에게 시소의 중심을 타는 법,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광대짓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의견, 관행·관습에 대한 도전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일수록 실격된 인간은 더 많을 것이다. 실격된 인간에게 우리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이해가 될 듯 안될 듯 했고 무엇을 말하는 지 알 것 같으면서 글로 정리하는 게 어려웠다. 책을 덮을 때는 공감 가면서도 우울해졌다.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해주기 매우 어려운 ‘위험한 책’인 것만은 분명했다. 




By. 북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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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ysgravity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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