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따라 꺼내는 각자의 이야기들
어릴 적 살던 아파트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아파트 출입구를 따라 5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보이는 초등학교였는데, 학교는 철로 만든 창살로 담을 두고 있었고 그 담을 장미 가시넝쿨이 둘러싸고 있어, 안 그래도 보기 힘든 학교 안을 더 비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 장미 가시 사이로 들여다보면 학교 운동장을 조금 엿볼 수 있었는데, 유치원에 다니던 내가 가시넝쿨 사이로 처음 본 것은 파란색의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었다.그 초등학교가 사립학교여서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좀 더 자란 후에 알게 된 일이었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던 나는 조금만 더 크면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랬다. 그리고 내가 그 학교 앞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나는 그 초등학교에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구청에서 소집통지가 온 대로 집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평지에 있는 아파트 앞 초등학교, 빨간 장미로 담이 뒤덮인 사립학교가 아닌 내리막길 끝에 있는, 노란 개나리로 담이 뒤덮인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일반 초등학교는 각자의 옷을 입고가야 했다. 입학식 때 본 우리의 모습은 검정, 회색, 베이지, 핫핑크 등으로 뒤덮인 한 무리의 꼬마들이었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본 사립학교 초등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파란색 겨울 교복을 입은, 단정하고 질서 있는 모습이었다.
배정받은 초등학교를 갈색, 회색 등의 뒤섞인 색의 옷을 입고 오갈 때마다, 넝쿨 사이의 파란색 교복 학생들을 보았다. 나는 그 초등학생들과 같은 교복을 입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렸다.
1년 남짓 후 이사를 하게 되면서 다니던 초등학교는 떠나게 되었지만, 1년 다녔던 초등학교보다 더 머리에 깊게 남은 것은 장미 넝쿨 사이로 본 사립학교 초등학생들의 파란색 교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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