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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Jul 24. 2019

『상실』, 존 디디온

더북클럽 「책갈피 」, 네 번째 리뷰 by. 글쟁이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책이다' 서평 본문 中


#0.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책이다. 존 디디온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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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께 저녁을 먹는 식탁에서 갑작스럽게 남편의 심장이 멎은 후 일 년간, 그녀가 겪은 일상의 심정을 적은 책이다. 부부 모두가 유명한 칼럼니스트로서 또 작가로서 40년도 더 함께 지내며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각별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꽤나 담담한 필체로 남편의 죽음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써내려가지만 언제나 잔잔하고 평온해 보이는 표면 아래 폭풍처럼 몰아치는 슬픔이 가장 강렬한 법이다.




“존과 나는 40년을 부부로 지냈다. 존이 <타임>에서 근무하던 신혼 초 5개월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우리 둘 다 집에서 일을 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붙어 있었던 셈인데, 우리 어머니와 이모들은 이 사실을 두고 좋아하는 한편으로 걱정스러워했다.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어쩌고저쩌고 해도, 점심은 같이 먹는 게 아닌데.” 신혼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 존 디디온, 「상실 」 중 -



#2. 책의 전반부는 남편과 함께 지낸 날들의 회상, 연필로 쓴 글씨처럼 희미한 죽음의 경계로 인해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차츰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오래전부터 알아온 심장병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중반부에는 또 그녀의 생각이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그가 아직도 자기 곁에 있다는 생각, 어쩌면 다시 살아 돌아 올 수도 있다는 착각에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조차 사라진 물질의 재구성이 가능한가라는 스티븐 호킹의 견해에도 한 가닥 희망을 품어보기는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비통한 상황에서 이성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후반부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주 단편적으로 책을 정리해봤지만, 사실 이 책은 표현의 디테일들에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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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사실 모든 걸 다 떠나서 '즐거움'이다. 가끔은 '호기심'이고. 그런데 거기서 얻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게 지식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고 그것을 쌓아가는 것이니까. 이 책이 언젠가의 나에게 커다란 위로와 버팀목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게 꽤나 오랜만의 느낌이어서 10점만점에 10점이다. 물론 10점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긴한데, 번역이 약간 거슬렸(죄송합니다..)고, 너무나 강렬한 상실로 인해 읽는 내내 아주 힘들단 점이다. 이 책은 곧 나의 상실을 불러오고, 또 그 당시의 나의 다짐을, 슬픔을, 공허함을, 살아남은 자가 가지는 부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읽어서 좋았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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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글쟁이




인생은 한 순간에 달라진다. 저녁 식탁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끝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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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더 사랑해 당신이 나한테 늘 했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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