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승구님 후기
더북클럽 열여덟번째 모임기록
#1.후기 작성. 사실 귀찮다. 쓰고나면 좋다. 운동같다. 하기전까지는 귀찮지만 하고 나면 좋다.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를 제외하면 쓰는데 걸린 시간도 짧다. 그래도 언제나 항.상. 귀. 찮. 다.
그 동안 후기작성 자체가 어렵게 다가온적은 없었다. 다만 좀 귀찮았을 뿐. 이번 후기는 어렵다. 어디까지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어렵다. 책은 여행과 인생을 넘나든다. 그래서 여행에 포커스를 맞춰 내 생각을 끄적여보자니 나오는게 없고, 인생에 중점을 잡고 아무말이나 해보자니 똥이나 다를 바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볼 필요도 없는 그냥 똥. 개똥같은 인생. 벌써부터 똥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악취는 다른 곳에 풍기기로 하고 그냥 간단히 써보기로 했다.
#2.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보니 난 내가 자발적으로 여행을 다녀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 가자고 해야만 갔다. 군입대 전 홀로 5박 6일 국내여행을 떠났던 경험이 전부다.
여행을 왜 잘 안갔지..? 라는 물음과 함께 문득 그냥 내가 기억하는 여행의 이미지는 뭘까 한번 생각해 봤다.
그랬더니 떠오르는 확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병신같은 애들 셋이서 함께 한 병신같은 일본여행이었는데, 나라는 병신과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어서 우리를 기다리던 semi-로컬 병신. 그리고 CHOI라는 병신.
여행 동안 에피소드도 많기도 했고, 어떤 의미로 정말 여행다운 여행이었다고 할까. 여행이라는 단어에 색을 칠할 수 있다면 나는 이 때의 기분과 감정들은 꼭 넣고 싶다. 갑자기 아련해지네
어쨌든 그 뒤로 한국에 돌아와서 좌우명으로 삼았던 문구 하나가 있다. ‘여덟단어’에 나오는 문장인데 다음과 같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그래서 이번 책이 더 좋게 다가왔던 것 같다. 모임에서 나온 말대로 새로울게 없는 뻔한 메시지였지만, 그 동안 잊고 살던 어떤 것들. 지키지 못했던 뻔한 것들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다녀와 저 문장을 머리에 새기면서 했던 마음 속의 다짐. 그 때의 감정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래, 여행하듯이 살자.
#3. 작년 이맘때쯤 일을 관두자 주변에서 여행을 다녀오라는 말들을 많이 해줬다. 사실, 그 말과 마음들이 고맙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다. 못 떠난 것은 아니고 가지 않았다. 왠지 여행을 다녀오면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 같아서.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어떤 ‘안정된 루트‘를 벗어나 본 것도 처음. 할 일 없는 32살 백수 인생은 마치 비행기 표를 잘못 끊어서 말 한마디 조차 통하지 않고, 아는 것 조차 없는,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었던 나라에 내리게 된 기분과 같다.
난 언제나 ‘잘 될거야’ 라는 말 대신 ‘잘돼야 잘되는 거다’ 라는 말을 신봉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떠나게 된 여행에 충실해 볼 예정이다. 일을 하고 있을때보다 더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괜찮다. 일상을 여행처럼 다시 시작해 볼 수 있게 됐으니까. 그래,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