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구아빠 Sep 30. 2019

『어디서 살 것인가』, 류현준

리뷰작성자 : 현민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자유롭게 글을 씁니다. 모두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북클럽 #책갈피




건축 입문서를 열다


건축 또는 건축물,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 세계 각국에 있는 건축물들은 큰 감명을 준다. 사진 속에서 본 웅장한 건축물 하나를 보기 위해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또한 집 꾸미기가 취미인 내게 건축 역시 늘 흥미 있는 주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번을 건축에 대해 공부해보려 한 적은 없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건축이라는 분야(?)를 살펴 보는데 좋은 입문서와 같은 책이었다. 단순하게 건물의 미적 가치만 보던 내게 그 건축물이 갖는 역사, 사회적 기능 그리고 건축물로 변화되는 우리 사회를 연결 시킬 수 있었고 건축이라는 주제에 대해 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건축과 역사 그리고 사회적 현상간의 관계를 거부감 없이 연결 짓는다.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만 적어도 건축에 생소한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동안은 거부감보다 건축이 갖는 다양성에 더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책의 진행이 매끄러웠다. 그래서 누군가 건축을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일만큼… 



밥상머리 사옥과 라디오 스타

 재택 근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난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일은 회사 사옥에서 하고 싶다. 그만큼 내게 일하는 장소는 중요하다. 애플의 차고부터 크라이슬러 빌딩 그리고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사옥까지 세상에는 다양한 사옥이 있다. 분명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일하는 장소인 사옥은 내게 중요했지만 이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가 분류한 이러한 사옥의 형태들은 직장인인 내게 큰 공감을 주었다. 특히나 고층형 사옥과 수평형 사옥, 이 반대되는 사옥에서 모두 근무해본 나였기에 이 차이가 주는 의미를 더 이해하기 쉬웠고 많은 회사원들에게 공감을 주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회사의 건물이 나에게 그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소름끼치면서도 건축의 위대함을 알게해 준 순간이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이 변화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의 양식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7년 전 나는 자본주의 그리고 성과지상주의가 좋았다. 그래서 이전 회사에서 일하면서 건물 최상층에 근무하는 내가 좋았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전경을 보면서 늦은 야근과 일찍 출근하는 것을 보상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뉴욕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락펠러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많이 변한 것 같다. 성과지상주의보다 일과 개인적인 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 일하는 곳 역시고층 건물에서 일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좋고 야근보다는 삶과 일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는 내 모습이 좋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 뉴욕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락펠러보다 센트럴파크 그리고 브루클린이 더 좋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가치관의 변화가 단순하게 내 생각만 변화한게 아니라 건축을 보는 내 시각과 취향도 변화시켰다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채로운 공간 뉴욕, 그리고 서울

이 책을 읽다 보면 뉴욕이라는 도시가 굉장히 많이 언급된다. 때로는 건물 형태의 예시로, 때로는 서울과의 비교대상으로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자의 반, 타의반으로 뉴욕을 10번정도 다녀왔던 나로서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만큼 뉴욕은 재미있는 도시고 다양한 매력을 갖은 도시기 때문이다. 다만, 뉴욕이라는 도시만큼이나 매력적인 서울의 매력은 언급되지 않고 지나치게 뉴욕을 이상화하여 말하는 작가의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책 중에 작가는 서울과 맨하튼을 비교하며 공원간 거리가 먼 서울의 단점을 언급한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한강 공원이라는 큰 줄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녹지공간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접근성이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땅값으로 인하여 특정지역에 녹지 공간이 부족한 부분은 있으나 이를 서울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부분은 불편한 부분이었다. 특히나, 서울면적(605.21)의 1/7도 되지 않는 맨하튼을 서울과 비교 한 것부터 메디슨스퀘어 .해럴드스퀘어에 있는 작은 녹지 공간 정도는 공원이라는 이름 없이도 서울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작가가 서울의 부족한점을 맨하튼을 비교로 들어 설명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비교의 대상이 적절하지 않았을 뿐 작가가 문제 제기하였던 대부분의 부분은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었고, 더 나은 서울을 위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작가가 언급한 서울 숲 다리는 생기게 된다면 더 살기 좋은 서울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 같아 책을 읽으면서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위치에너지와 권력 그리고 역사?

문과인 내게 위치 에너지라는 공학적 주제는 한없이 낯설다. 다만, 책에서 이 위치에너지를 구하는 공식인 질량 X 중력가속도 X 높이가 왜 갑자기 부피 X 중력가속도 X 높이로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고, 그래서 무언가 억지로 껴맞추려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점은 이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위치에너지를 통해 현대차 그룹과 롯데 그룹의 주가총액을 비교한 부분은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재미로 이러한 언급을 했다 기에는 책에서 위치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히려 위치에너지에 집중하기보다 몽골제국과 로마제국을 비교한 부분에서 더 나아가 로마의 벽돌과 통일된 건축양식이 주는 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면 지금보다 논리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책을 정리하면서, 이 책의 장점은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분명 중간 중간 언급한 바와 같이 비 논리적이거나 인위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지만 이러한 대목이 책 전체를 읽고 건축학에 관심을 갖는데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 작가가 의도하고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그러한 인위적 부분이 따분할 수 있는 건축이라는 주제에 대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흥미를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작가는 건축학에 대해 박사까지 수료한 학계의 전문가는 아니다. 오히려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교수가 되고 그 경험을 살려 많은 사람들에게 건축을 소개하는 글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건축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주고 입문서적인 역할을 한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갖는 책이었다. 




by. 현민



https://thebookss.modoo.at/


매거진의 이전글 『라듐 걸스』, 케이트 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