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네가 행복한 길을 선택하렴
“세월이 마치 유수(流水)와 같다”라는 말은 이때 쓰나 보다. 2021년 어느새 6월이고, 아들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주변에 보이는 큰 건물은 아파트요, 작은 건물은 학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목동에서 사교육 없이 지내기란 무모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하교 후, 학원 차를 기다리는 아들의 친구를 뒤로 한 채 아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은 하교 후에 거의 다 학원 가?”
“응, 백퍼(100%)”
“한두 개 정도 다녀?”
아들이 흥분한다.
“무슨 소리야. 3~4개 정도 다녀. 많이 다니는 애는 10개(일주일 동안)도 다녀.”
‘10개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란 생각으로 할 말을 잃은 내게 아들이 한 마디 덧붙인다.
“학원 다 끝나고 밤 9시에 집에 가는 애도 있어.”
아들이 원하면 피아노나 태권도 등 한 곳 정도는 보내주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싫단다. 친구들에게 자기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학원 대신 할머니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또 오목공원에 가서 아빠랑 축구하거나 안양천로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한 친구는 결연한 의지로 엄마에게 자기도 누구(주지하듯 내 아들)처럼 학원 안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되려 그러면 너만 손해이고 다른 친구와 학습격차가 벌어져서 안 된다며 혼났다는 얘기를 전해주기도 했다는데….
학원 보내지 않는 게 맞는 건가 싶다가도, 이마에 땀 송송 맺힌 채 공차며 즐거워하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리며 나를 이겨보겠다고 뒤따라오는 아들을 보면 어쩌면 아들에게, 아니 그 누구보다 내게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우리 부부에겐 아들이 원치 않는 학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비록 10개의 학원을 보내주진 못하지만 매일 아들을 옆에 앉힌 채 되지도 않는 거친 목소리로 늑대와 여우, 때론 왕자와 공주 흉내를 내며 책을 읽어주고, 주말이면 온 가족이 동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 부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늘 하듯,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는 최애 장소인 양천도서관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더운 오후 시간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