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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an 07. 2019

아보카도의 불편한 진실

(미처 몰랐던 푸드 패러독스)

숲속의 버터, 녹색황금이라 불리는 아보카도는 슈퍼푸드로 인기가 높은 열대과일이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영양가 높은 고급 열대 과일인 아보카도가 최근 이슈의 정점에 있다. 주부를 비롯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보카도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비싼 몸값의 열대 과일로 웰빙 열풍의 주인공인 아보카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기적의 과일, 슈퍼푸드로 불리는 아보카도는 풍부한 비타민 C와 E 성분에 숲 속의 버터라 불릴 정도로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듬뿍 들어간 과일이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과실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수년간 슈퍼푸드 열풍이 불면서 아보카도의 인기가 높아졌다. 아보카도 판매 가격이 최근 개당 2~3천원 대로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몸값이 비싼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고 다이어트나 건강식과 같은 웰빙 열풍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식재료다. 그러나 최근 아보카도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주부들을 비롯해 아보카도를 부러 사먹지 않겠다는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보카도 불매를 외치는 주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하나 안 먹는다고 달라진다!”, “웰빙이라는 가면을 쓴 지구파괴범 아보카도, 안 먹겠다.”






웰빙과 맞바꾼 지구 반대편 환경 파괴




고질적 경제난을 겪고 있는 칠레, 페루, 멕시코 등이 대표적인 아보카도 수출국이다. 여기서는 아보카도를 ‘녹색 황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농작물이다 보니 대표 생산 국가인 멕시코에서는 아보카도 생산 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다른 작물을 키우던 농가에서는 아보카도 농사로 전환하거나 삼림을 파괴해 그 자리에 아보카도 농장을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아보카도 때문에 불법적인 삼림 채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멕시코의 남서부 미초아칸 주에서는 정부의 법률을 피해 소나무를 대대적으로 벌목하고 대신 아보카도 나무를 심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소나무와 아보카도 나무를 맞바꾸는 셈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스스로 잘 자라나는 소나무와 달리 아보카도 나무가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농약과 살충제를 뿌리고 화학비료를 주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손쉽게 마트에서 수입 아보카도를 사먹는 행위가 지구 반대편의 환경 파괴와 불법적인 삼림 체벌을 간접적으로 부추기는 일인 것이다.




또한 아보카도 한 알의 열매를 맺기까지 필요한 물의 양은 320리터다. 오렌지 한 알에 22리터, 토마토 한 알에 5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1kg 남짓한 아보카도를 키우기 위해 1천 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성인 남성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2리터의 물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일년 하고도 넉달을 더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칠레 페토르카 지역 수자원관리당국 책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민들이 급수 트럭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동안 아보카도 농장에 많은 물이 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아보카도는 가장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 1등에 등극했다.





▲국제 농장노동자 권익보호 활동단체인 ‘바나나 링크’의 홈페이지.






돈 되는 아보카도, 농장 노동자 인권 침해 가져와




아울러 아보카도는 마약 조직 같은 범죄 조직과도 관련이 있다. 전 세계 아보카도 중 1/3가량이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멕시코 아보카도 중에서도 80%를 미초아칸 지역에서 생산하는데 이곳은 마약 조직이 득세한 빈곤 지역이자 우범 지역이다. 멕시코의 아보카도 거래는 마약 조직들이 통제되기 때문에 결국 마약 조직에 의해 수탈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농민들이 자경단을 만들고 2017년 멕시코에서는 역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 폭력 사태가 많았는데 여기에는 아보카도를 둘러싼 미초아칸 지역이 일조했다.




멕시코 외에도 칠레, 페루, 도미니카공화국 등 아보카도 농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최저 소득보장은 제대로 이뤄져 있을지는 만무한 상황이다.




아보카도 산업이 돈이 되다 보니 범죄 조직의 개입과 지구 환경 파괴라는 불편한 이슈는 앞으로도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아보카도는 여전히 크림처럼 부드럽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브런치 메뉴와 건강식 음식으로 소개될 것이다.




실제로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아보카도 수입량은 6000여톤으로 2010년 457톤에 비해 13배나 늘었다. 아보카도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중국의 수입량은 같은 기간 1.9톤에서 2만5000톤으로 무려 1만3000배나 급증했다.




영국 더 가디언은 지난 12일 아보카도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해 보도하며 "아보카도와 같은 수입과일을 먹을 때면 개인의 건강과 웰빙에 신경 쓸 뿐 아니라 그것이 재배된 곳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보카도의 맛은 여전히 좋지만 아보카도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을 성찰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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