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혼밥 열풍에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품질 갖춰

(편의점 도시락의 진화 )

요즘 식당은 편의점과도 경쟁해야 한다. 가성비, 혼밥 열풍에 편의점 도시락이 뜨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표방해 편히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점포를 꾸미는가 하면 연어나 스테이크 등 고급 식재료를 담은 가심비 도시락 메뉴도 눈에 띈다. 편의점 도시락의 진화와 그 배경을 짚어본다.

대기업 직원 안희수(27세)씨는 일주일에 2번은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회사와 가까워 무심코 들렀다가 도시락 메뉴가 매우 알차 외근이 있는 바쁜 날엔 이곳에서 주로 식사를 한다.”고 밝혔다. 시간 절약도 되는데다 이전과는 달리 편의점 도시락의 맛과 품질이 좋다면서 회사 인근의 비싼 식당 물가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9년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 세 가지 중 하나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의 확산’을 선정했다.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2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키워드를 뽑은 이번 결과에서 ‘편도족의 확산’은 우리 국민이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요즘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HMR 제품을 사먹는 것도 외식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편도족의 확산은 단순히 HMR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편의점이 식당을 대체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도시락의 성장은 매출에서도 확연히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4년 2000억원에서 2015년 3000억원, 2016년에는 5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2018년에는 약 75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18년 1~9월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와 CU도 각각 28.6%, 19.3% 늘었다.

컵라면은 옛말, 11찬 도시락에 치킨도리아까지 

편의점 도시락 메뉴 구성만 봐도 일반 식당과 견줘 부족함이 없다. 또 가성비가 뛰어나 최근 피자, 치킨, 햄버거 등 서민 외식물가가 치솟고 있는 반면 편의점 도시락은 3천~4천원대로 고기와 7가지 반찬이 포함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GS25는 매콤고등어너비아니, 이천쌀밥정식도시락 등이 베스트셀러다. 매콤고등어너비아니 도시락은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을 제거하고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특제 소스에 4시간 동안 재운 고등어 반 마리를 통째로 오븐에 구워 낸 것이 특징이다. 보통 손질이 번거롭고 요리하기가 쉽지 않은 생선요리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해 기획한 제품이다.

이천쌀밥정식도시락은 돈까스와 불고기, 계란말이, 떡갈비 등 반찬이 11가지 들어가 있는 푸짐한 양의 가성비 도시락으로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이천쌀을 사용해 밥맛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세븐일레븐의 인기 도시락 제품은 직장인들의 인기 점심 메뉴인 ‘오모가리 돼지김치찌개도시락’과 ‘두부 강된장찌개 도시락’이 있다.

가격은 모두 4천2백원. 자작한 국물에 푸짐한 건더기가 들어간 ‘짜글이’ 메뉴로 기존 도시락에 담기 힘든 국물까지 들어있어 인기다. ‘오모가리돼지김치찌개 도시락’은 25년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오모가리’ 김치찌개 식당과 협업해 선보인 상품이다. 묵은지와 도톰한 국내산 돼지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 오모가리 김치찌개 특유의 깊은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김성철 세븐일레븐 홍보팀 과장은 “최근 편의점 도시락이 1~2인가구의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세븐일레븐 찌개도시락은 밥과 함께 국물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하여 선보인 도시락으로 집밥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메뉴를 활용해 도시락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CU는 2015년부터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함께 ‘백종원 도시락’을 선보여 편의점 도시락 인기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시락으로는 7가지 반찬이 포함된 ‘백종원7찬매콤불고기’, ‘안동식찜닭정식’, ‘퀴노아바질샐러드’ 등이 있다.

최근 출시한 ‘닭가슴살 잡곡 도시락’과 ‘불고기 나물 도시락’ 등은 냉동 제품으로 3분만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기존 냉장 도시락에서 더 나아가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냉동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다.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인 1인가구의 니즈에 맞춘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