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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an 29. 2019

레터_칼바도스, 개선문, 그리고 유토피아


출발은 ‘칼바도스’였습니다. 칼바도스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술로, 사과를 원료로 만든 증류주입니다. 술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은 지적 호기심을 가진 덕에 다양한 술을 섭렵했습니다. 칼바도스도 가끔 와인 모임에서 마시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나 추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본지 318호에 실린 이지혜 차장의 ‘맛있는 밑줄긋기’를 읽으며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칼바도스가 그렇게 매력적인 술이었나, 레마르크의 ‘개선문’에 칼바도스가 그처럼 비중 있게 다루어졌나? 하고요.


20대에 읽은 개선문은 사실 특별한 감흥이 없었습니다. 20대의 혼란이 전시의 혼돈과 닮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읽기로 했습니다. 마침 아파트 작은 도서관 한 켠에 개선문이 꽂혀 있었습니다.


역시나 20대의 개선문과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읽는 개선문은 달랐습니다. 텍스트는 변함이 없지만 텍스트를 읽는 주체가 30년간 변화한 탓입니다. 스페인 내전과 프랑스와 독일의 지난한 경쟁관계, 유럽인들의 오랜 유대인 학대 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후의 개선문은 새롭게 읽혔습니다.


이참에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기로 했습니다. 시작을 고민하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잡았습니다. 20대에 읽었던 유토피아는 명성에 비해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중년에 읽는 유토피아는 달랐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장에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시민에게 불필요한 노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경제 활동의 주요 목표는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되, 육체노동을 가능한 줄이는 대신 많은 자유시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각자는 자신의 정신세계 계발에 힘쓰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생활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입니다. 유토피아인들은 귀금속에 대해서도 남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귀금속을 보물로 여기지 않는 거죠.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태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돌조각의 희미한 빛에 매혹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토마스 모어는 16세기 영국에서 최고의 지위였던 대법관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런 이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비현실적인, 그래서 더 이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고전은 이런 보물같은 진리를 담고 있기에 시공을 넘어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고전과 함께 시작한 2019년, 그래서인지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섭니다. 여러분의 2019년도 희망을 찾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바이어 신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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