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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Apr 27. 2018

전시가 끝난 후 와인 한 병을 따는 여유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전시

더바이어는 파리국제식품박람회(이하 SIAL Paris 2016) 월드투어바이씨알의 한국 대표다. 필자는 더바이어 대표로 SIAL Paris 2016에 참석했다.


월드투어 한국 대표로 더바이어가 선정돼 SIAL Paris 2016에 참석했을 당시의 에피소드다. 그때 필자는 노르웨이의 식품유통전문지 다기바레함들렌의 라이더 몰터 기자와 함께 5관을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몰터 기자는 중국의 한 부스 앞에 멈췄다. 캐비아를 취급하는 중국회사였다. 몰터 기자는 부스 담당자에게 중국에서 캐비아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물었고, 그는 일본 식재료라고 답했다.

돌아서는 몰터 기자에게 중국 식품에 관심 없더니,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캐비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품인데, 중국에서 캐비아를 취급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며 “원재료를 어떻게 수급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유럽인들 사이에 원산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 식재료 파동, 일본 원자력 문제 등으로 원산지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중요해졌다.

유럽인의 원산지 사랑으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다. 프랑스 내에서 프리미엄 식료품점으로 통하는 르 그랑 에피스리에서 딸기를 고르던 중이었다. 할아버지가 다가와 향이 좋은지 물었다. 그렇다고 답을 하자 당장에 돌아오는 답은 프랑스산 과일이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가깝더라도 수확 후, 소매유통업체에 들어오기까지 이틀 이상 걸리는 모로코나 스페인산보다는 당일에 수확한 프랑스산이 맛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격이 적게는 1.5배, 많게는 3배 가까이 비싸다. 오죽하면 필자도 프랑스에서 아팠을 때만 먹었던 과일이 프랑스산이었을까.



박람회는 즐거운 축제


이맘때쯤 프랑스 파리에는 초콜릿 파티가 열린다. 살롱 뒤 쇼콜라(Salon du chocolate)라는 초콜릿 박람회다. 올해는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파리 폭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렸다.

프랑스에서 지내던 2014년 가을에 살롱 뒤 쇼콜라에 갔다. 입장료는 18유로였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과 디저트, 견과류 등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길리안 셰프가 신제품을 직접 시연해서 참관객에게 주기도 했다. 초콜릿으로 개선문, 에펠탑 등 프랑스의 랜드마크를 조각했으며, 벽 한 쪽이 아예 초콜릿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가장 독특한 재미는 초콜릿으로 만든 옷이었다. 패션모델이 초콜릿 옷을 입고 중앙에서 패션쇼 중이었다. 초콜릿으로 그물을 만들어서 장식을 달았고, 색을 넣었다. ‘역시 패션의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롱 뒤 쇼콜라는 한 마디로 초콜릿에 관한 모든 독특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게 유통이 가능하든, 아니든 말이다. 즐거운 축제와도 같았다.

그 해 겨울, 살롱 뒤 방타쥬(Salon du vintage)도 들렀다. 입장료는 5유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마니아층에 호응을 얻는 곳이다. 검은 베일이 달린 공작 깃털 모자를 써보는 일이 이곳 아니고서야 쉬운 일일까.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이후에도 마레의 작은 갤러리든 전시회든 살롱이라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때로는 무료고, 때로는 돈을 내고 입장했다. 갈 때마다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넣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참석한 SIAL Paris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상품, 독특한 트렌드, 재미있는 만남 등 동양에서는 흔한 상품이 유럽에서는 혁신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웠다.

또 하나 보기 좋았던 점은 박람회가 끝나고 관람객이 집에 갈 무렵, 부스 참가자들이 모여 와인 한 병을 따서 마시던 여유로움이었다. 부랴부랴 집에 가는 것이 아닌 부스 참가자들은 관람객과 바이어뿐 아니라 또 다른 부스 참가자들과도 새로운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박람회나 행사가 끝난 뒤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잠시 모여 담소를 나누며 와인잔을 건드리는 그 여유. 그 자리가 날이 지날수록 즐거워지는 박람회를 만들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형성되는 폭넓은 인간관계는 박람회에서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값진 결과물이 아닐까.
 


2016년 11월 1일자 더바이어 268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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