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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May 16. 2018

우유맛 우유 vs 진짜 우유

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 우유

3년 전 중국에 거주했을 당시, 마트에서 우유를 사려고 할 때면 중국 친구들은 냉장 보관된 우유보다 상온에 진열돼 있는 우유를 추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냉장 보관된 우유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


중국 친구들과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신선’이다. 국내에서는 ‘신선하다’는 말을 보통 채소, 과일에 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구매할 때도 ‘ 신선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왓슨스(Watsons)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스크팩과 똑같은 상품을 계산하려는 순간, 중국 친구가 말했다.

“한국에서 수입된 상품인지, 아닌지 몰라. 그리고 이 마스크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니까 사지마. 신선하지 않은 상품이야.”

중국 소비자들은 이처럼 상품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 신선하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신선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중국은 큰 영토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한 예로 정저우(郑州)에서 베이징(北京)까지 버스를 이용했을 때 약 8시간이 걸린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중국 상인들이 상품을 싣고 중국 전역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상품을 판매했을 것을 생각한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왜 ‘신선하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지 이해가 간다.

상하이 까르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유. 상온에 진열돼 있다.


‘신선’에서 우유만큼은 예외


중국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사려고 했을 때 일이다. 중국 친구는 신선한 것을 찾기 어렵다며 상온에 진열돼 있는 우유를 추천했다. 필자는 상온에 진열돼 있는 우유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진짜 우유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맛이 기대됐다.

중국 친구가 추천한 우유 맛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유맛 음료’라 할 수 있다. 우유맛은 나지만 우유의 진한 고소함은 전혀 없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신선한 상품에 대한 니즈가 강함에도 왜 우유 구매에서 만큼은 신선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일까?

중국 정부는 사육두수 규모와 자원 환경 보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대적인 목축업 발전 도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원유 생산거점을 강화하고 낙농경영의 대규모화, 물류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원유생산기반이 취약하다. 또한 콜드체인 등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고, 물류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상온에서 원유를 운반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에서 환원유가 주로 유통되는 이유다. 환원유는 우유를 말린 탈지분유에 다시 물을 부어 녹이고 유지방 등을 첨가해 만든 가공유다.



4년 뒤, 중국업체와 본격 경쟁


중국 정부는 2016~2020년까지의 경제발전 계획인 ‘제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농산품 안전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중점발전 항목으로 정했다. 또한 자국 상품의 안전성 향상과 신뢰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제발전으로 소득이 높아지면서 중국소비자들 역시 냉장 진열대에서 판매되는 신선유에 대한 니즈도 높아졌다. 특이한 점은 멜라민 분유파동 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상품보다 수입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중국으로의 우유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은 2013년보다 15.6% 증가했으며, 2015년에는 전년보다 17.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6년에도 중국 수출량이 2015년보다 늘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계속해서 우유 수출이 증가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정책 시행으로 4년 뒤면 중국 상품에 대한 신뢰가 향상되고 신선유 공급이 원활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 상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한 국내기업의 전략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6년 11월 15일자 더바이어 269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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