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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Apr 23. 2018

업체탐방_ 못난이 농산물 전문 온라인몰 ‘프레시어글리’

신선·맛·영양…본연의 가치 주목, 가심비 저격한 못난이 농산물

대형유통업체 매대에 진열된 규격화된 예쁜 과일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성껏 키운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이라면 규격에 벗어나도 괜찮다. 프레시어글리는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한 못난이 농산물 전문 온라인몰이다.


AK플라자 구로본점프레시어글리 팝업스토어.박성호 대표(뒤)와성동현 이사(앞).

생김새는 달라도 함께 자란 농산물


프레시어글리는 페어테이블에서 운영하는 못난이 농산물 온라인몰이다. 박성호 페어테이블 대표는 많은 농산물들이 유통업체가 정한 모양·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판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헐값에 처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유통업체 기준에 벗어나는 못난이일지라도 신선함, 영양가, 맛과 향 등의 농산물 본연의 가치가 뛰어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페어테이블이 본격적으로 온라인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첫 달 판매량은 750kg, 3개월이 지난 지난달 판매량은 7.5톤까지 증가했다. 하루 70~80건 판매되며, 평균 객단가는 약 1만5000원이다. 소비자 선호도가 좋은 상품은 파프리카다. 산지에서 하루 150~300kg은 꼭 나오고 일평균 150kg이 판매된다. 샐러드용이나 운동식으로 수요가 높다.


프레시 어글리 로고.

못난이 농산물은 자사몰보다는 회원제 폐쇄몰, SNS채널을 통한 소비가 더욱 활발하다. 박 대표는 “프레시어글리 상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하지 않고 못난이 과일도 맛있고 신선하고, 다른 과일과 동일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는 것으로 접근한다”며 “그래서 단순가격 비교가 중심인 오픈마켓 등의 채널보다는 직접 산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커머스 중심의 SNS채널이 적합했다”고 말했다. 현재 프레시어글리 제품은 SNS채널 등에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초기에는 과일, 채소 등 20가지의 못난이 농산물을 취급했으나 현재는 토마토, 대저토마토, 사과, 파프리카, 고구마 등 5가지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다른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타 사이트로 이동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산지 직송으로 15가지 일반 농산물도 갖췄다.


프레시어글리는 4월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AK플라자 구로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5가지 못난이 농산물의 시식과 활용법을 제안했다. 일평균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행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가심비 자극하는 못난이 농산물


프레시어글리를 운영하기 전 박 대표는 백화점 청과 바이어였다. 성동현 페어테이블 이사 역시 백화점 청과 바이어로 과일 관련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박 대표는 신선식품 시장이 프리미엄과 가성비 시장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못난이 농산물은 확실한 가성비와 가심비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생산지역, 브랜드, 친환경, 선별상태를 고려하는 것에 반해 프레시어글리는 신선도와 가격에 중점을 두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프레시 어글리의 못난이 대저토마토.

국내에서 못난이 농산물은 폐기되거나 주스용, 가공용으로 소진된다. 그러나 박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을 주스용이나 가공용으로 선보일 생각은 아직 없다. 기존 상품과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못난이 농산물의 소비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못난이 농산물을 생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가치소비를 제안하고 환경에까지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한다.


프레시어글리는 앞으로 두 가지 전략을 편다. 먼저 품목에서는 못난이 농산물과 그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갖추는 일이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별 전략도 구상 중이다. 오프라인은 상권 조사 중이며, 온라인에서는 오이나 호박 등을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장보기 서비스 오픈 예정이다.



선진국의 못난이 농산물 브랜드


미국과 유럽의 농산물 20~25%가 유통업체 기준 미달로 폐기된다. 미국과 유럽은 약 2~3년 전부터 환경 문제, 식량 불균형 문제 해소와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규격 외품, 소비운동이 확산되었다. 그에 따라 각 국가별로 가치소비, 착한소비를 대표하는 B급 농산물 브랜드가 탄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인터마르셰(Inter Marche)다. 프랑스 체인슈퍼인 인터마르셰에서 펼쳐진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은 매장별 일평균 1.2톤을 판매하며 유럽 전역에 못난이 농산물 소비 운동을 촉진했다. 영국의 웡키베그(Wonky Veg)는 제레미 올리버가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메뉴를 제안한다. 네덜란드의 크롬코마(Kromkommer)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과일 야채스프 전문 유통업체다. 2013년 클라우드 펀딩으로 론칭해 지난해 연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 되었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2015년, 임퍼펙트 프로듀스(Imperfect Produce)라는 온라인 전문몰이 먼저 생겼다. 2016년 홀푸드마켓에서 임퍼펙트 프로듀스가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미국의 못난이 농산물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임퍼펙트 프로듀스는 2016년 연간 약 30억원의 투자를 유치받았다.


2018년 4월 15일자 더바이어 303호에 게재 됐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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