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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ul 09. 2018

프랑스 스타일로 진화하는 신선편의식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신선편의식

파리 봉마르셰 지하의 라그랑에피서리는 프리미엄 식료품점이다. 농산물도 프랑스산이 그득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은 ‘신선식품’은 프랑스산을 따라 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라그랑에피서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신선한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프랑스에서 지금, 신선편의식이 성장하고 있다.


봉마르셰의 단단한 토마토와 신선편의식


파리에서 사귄 친구 에스텔은 설계 일을 한다. 딱히 부유한 것도 아니지만 파리에서 제 집 월세만큼은 꼬박꼬박 내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녀는 요리를 할 때 항상 포장된 샐러드를 구매했다. 소스가 함유되어 있는 상품이 아닌, 300g 수준의 여러 가지 채소가 세척되어 담겨진 봉지채소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샐러드도 자주 사다 먹는다.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그랑에피서리의 단단한 토마토의 느낌은 ‘신선’이 얼마나 중요한 조미료인지 알게 해준다. 한번은 필자가 주문한 생선에서 미묘한 비린내가 나는 것을 불쾌해했더니, 함께 식사하던 프랑스인이 “생선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그렇게 신선함을 따지는 프랑스에서 최근 신선편의식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에스텔과 같은 젊은 프랑스인들과 간단하게 요리를 즐기고픈 주부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의 신선편의식 시장 규모는 5억유로 수준이었다. 연 유통량은 5만6000톤가량이며 시장 점유율은 대형유통업체 PB가 4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플로레트가 25.1%, 봉듀엘이 16.6%, 레 크리데트가 7.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각 브랜드들은 채소의 새로운 조합과 포장 디자인에 예민하다. 치즈나 고기를 함유해 가격을 높인 스내킹 샐러드 형태의 신제품도 출시한다. 보존제나 방부제, 유전자변형 농산물 등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수확한 지 48시간 안에 세척 및 포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업체도 생겼다. 너무나도 프랑스스럽다.


프랑스인들이 신선편의식을 선호하는 것은 조리와 구매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 소포장 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성장의 주요 요인이다.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신선편의식


신선편의식이 성장하고 있는 유럽 국가는 비단 프랑스뿐 아니다. EU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신선편의식은 일반 채소에 비해 20%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이탈리아 17%, 스페인 17%, 폴란드 16%, 프랑스 12%, 독일 10% 등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탈리아의 신선편의식 시장은 약 7억유로 수준이다. 신선편의식은 이탈리아시장에 15년 전에 등장했으며, 현재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봉듀엘 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업체들은 ‘washed and ready to eat’ 라벨을 부착하기 위해서 상품 보관 온도 유지, 2번 이상 세척 등 까다로운 품질 관리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독일의 신선편의식 시장은 또 다르다. 독일 소비자들의 5분의 1이 조리 준비가 된 채소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16세~34세의 젊은 소비자는 26% 이상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나타났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은 인근 국가에 비해 신선편의식에 대한 정기적인 소비율이 낮은 편인데, 이는 채소보다는 고기를 선호하는 전통적인 식습관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EU국가에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식습관 변화에 맞춰 다양한 신선편의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식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다. 프랑스 주부들은 냉동식품에 거부감이 없어 냉동식품 전문점 피캬르(PICARD)에서 냉동 채소를 자주 구매하는 편인데, 오히려 신선편의식보다는 냉동 채소가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평을 얻고 있다.


2017년 5월 15일자 더바이어 281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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