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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un 18. 2018

명화 속 음식의 비밀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투어_ 명화 속 음식

프랑스에서 루브르 박물관 판화 복원사와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루브르 박물관은 ‘미래 화가 키우기’에 몰두한다. 박물관 내부에는 루브르에서 화가에게 제공한 화실이 있다. 
그들은 내부에서 그림을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림 업무를 보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화가 양성 건에 대해서는 눈으로 보지 못해 그의 말 외에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루브르 박물관이 미래 화가를 양성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노력의 일환이 박물관 내 아르바이트생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생은 관람객이 그림 가까이에 오지 못하게 저지하는 일을 한다. 루브르 박물관 아르바이트의 제1조건은 미술 종사자다. 대우는 파격적이다. 6시간 동안 그림에 가까이 가는 관람객을 제지하면서 받는 금액이 10일에 1000유로다. 그러나 미술 종사자를 지원하는 차원의 아르바이트인 만큼 한 달에 10일을 초과해서 아르바이트 할 수는 없다.

이런 루브르 박물관의 모습이 화가 입장에서는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화가를 영입하고 작품을 구입하고, 전시도 연다. 그림에 값이 매겨질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기도 한단다. 그렇지만 화가의 모든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의 것이 된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공짜라고 하니,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그림인 모나리자의 일화도 빼놓을 수는 없다. 모나리자가 있는 방은 루브르 박물관의 다른 방과 구조가 다르다. 1997년에 일본 日TV에서 모나리자 전시룸을 최첨단 조명온도 시스템을 갖추게끔 만들었다. 관람객의 수에 따라 공기질과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 대가로 일본이 받은 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진품 모나리자의 일본 내 전시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 <가나의 혼인잔치>, 1562 

음식이 주인공이 된 그림들


모나리자 이야기가 나와서 루브르 박물관 이야기를 이어가면, 모나리자 맞은편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큰 그림인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가 걸려있다. 그림의 모티브는 가나의 혼인잔치다. 베로네세는 가나의 혼인잔치를 16C 베네치아의 결혼식 연회로 표현했다. 그림에는 당시 베네치아의 현대적인 식사 방식이 표현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부엌, 하인을 부르는 손님들과 연회의 주관자, 그리고 당시의 애완동물들까지도 볼 수 있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인 1562년에는 연회에서 사치를 과시하는 것을 규제하던 때였단다. 고기를 먹는 모든 식사에서는 구이와 삶은 고기를 1코스 이상 먹어서는 안 되는 법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일과 당과류 등의 간식을 많이 준비해야 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는 테이블에 뒹굴고 있는 당과류가 이들이 사치스럽게 잔치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장바티스트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 <올리브병이 있는 정물>, 1760 

음식이 본격적으로 ‘주인공’의 자격으로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세잔이나 샤르댕과 같은 사실주의 화가에 의해서다. 그 전까지 화가의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은 귀족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흥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러나 샤르댕은 그가 속한 중산층의 일상생활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화가였다.

세바스티앙 스토스코프(Sébastien Stoskopff), <유리잔이 담긴 바구니, 고기파이, 편지>,  1640


세바스티앵 스토스코프의 정물화에 나오는 파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품기도 한다. 소박한 겉모양에 비해 안에 비싼 재료가 숨겨져 있는 파이는 간소한 외양 뒤로 숨겨진 부유함과 관능적 즐거움을 암시한다. 화가들은 이런 그림을 통해 내부의 부유함을 바깥의 세력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림이 그려진 때를 알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초기에 파스타는 판에 한가닥씩 널어서 말렸다든가, 포크 없이 손가락으로 면을 집어 먹는 모습도 그림으로 알 수 있다. 화가가 그리는 그림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것이 루브르 박물관이 화가 양성에 노력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7년 4월 15일자 더바이어 279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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