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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ul 17. 2018

묵혀야 제맛!

신주리 기자의 푸드 토크_ 발효숙성식품

발효숙성식품은 오래 묵힐수록 좋다. 발효숙성식품의 인기에 힘입어 요즘은 장류는 물론, 회나 고기, 소스, 핫도그 튀김옷도 숙성한다. 다양한 발효숙성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묵은지다.

묵은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발효숙성식품의 대명사다. 톡 쏘는 신맛과 감칠맛에 찌개며 찜이며 어떤 요리에도 활용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이복주 AK플라자 상품본부 식품팀 MD는 SEOUL FOOD 2017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업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굴에서 묵은지를 저온숙성하는 업체가 있었는데 김치 맛도 좋고 스토리도 있어서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 소포장 상품이 없어서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 몇몇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젓갈이나 맛집에서 사용하는 묵은지를 동굴에서 숙성한 사례를 본적 있다. 어떤 스토리에 이복주 MD가 솔깃했던 것인지 업체의 부스를 직접 찾아 묵은지 사업 배경을 물었다.


동굴 묵은지를 생산하는 ‘맛과향’의 모기업 태영이엠씨는 석회광산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김재문 맛과향 대표는 “석회석을 채취할 때 자재를 나르거나 바람이 통하도록 만들어 놓은 갱도는 석회석 채취가 끝나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 이 빈 공간(유휴갱도)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김치를 숙성시키는 저장고를 떠올리게 됐다”며 동국 묵은지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맛과향의 묵은지를 숙성시키는 동굴의 평균 폭은 12m에 높이가 6m이고 동굴의 전체 규모는 약 50km에 달한다.

중국으로 주로 수출한다고 밝힌 바이어는 “중국 사람들은 익은 김치를 좋아한다. 맛과향 묵은지는 인위적으로 숙성시키지 않아서 식감도 좋은 것 같다”며 자연숙성 방식에 호감을 보였다. 자연숙성과 버려지는 공간 활용의 스토리를 더한 동굴 묵은지는 바이어와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요소로 충분했다.


한국 김치는 사용하는 재료와 숙성기간에 따라 그 종류와 맛이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재료 절임과정에 따라 크게 겉절이와 김장김치로 나뉜다. 겉절이는 절임과정을 짧게 해 채소 표면만 소금물에 절여지도록 한 후 양념한다. 채소 자체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상추 등 소금물로 인해 본연의 맛을 잃어 버려 김치로 만들 수 없는 잎채소들도 겉절이로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즉석식품이다. 반면, 김장김치는 충분히 절여서 양념한 후 숙성기간을 거쳐야 하는 발효식품이다. 숙성기간이 긴 김장김치가 묵은지가 되는 것이다. 겉절이는 겉절이 나름의 풋풋한 맛이 있다. 그러나 묵은지의 오래된 풍미를 따라올 수는 없다.


서구화된 식습관, 간편식 소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통먹거리인 묵은지나 김치의 소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된 김치의 물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세계김치연구소의 한국 김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잘 익은 김치와 항아리 모양의 포장 용기에 담긴 한국 김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조차 익은 김치의 풍미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묵은지의 오랜 숙성의 맛이 점점 커지는 국내 간편식시장에서도 통하길 바라본다.


2017년 6월 15일자 더바이어 283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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