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바이어 Jul 23. 2018

연기 나는 트럭에서의 식사 한 끼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파리의 푸드트럭

햄버거 하나로 파리를 사로잡은 푸드트럭 ‘르 까미용 끼 퓸.’ 미식의 도시라고 불리는 파리를 사로잡기 위해 레스토랑 뺨치는 품질을 앞세운다. 케밥, 핫도그, 크레이프 등에 지나지 않던 파리의 길거리 음식은 르 까미용 끼 퓸 열기를 타고 고급 타코, 피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파리에서 푸드트럭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닌, 일상이다.

르 까미용 끼 퓸의 인기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지인이 파리지앵의 최근 식문화를 경험하자고 제안했다. 사무실 부근에 유명한 햄버거 푸드트럭이 온다는 것이다. 지인과 찾아간 광장에는 르 까미용 끼 퓸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긴 줄이 있었다. 하얀 푸드트럭, 청결하게 조리복을 입은 직원, 다양한 메뉴, 녹아내린 치즈가 얹어진 두툼한 패티의 햄버거…. 푸드트럭의 퀄리티가 이렇게까지 좋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직접 구운 빵, 유기농 인증 고기, 로컬 식재료…


르 까미용 끼 퓸은 파리에 푸드트럭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연기 나는 트럭이라는 뜻의 르 까미용 끼 퓸은 2011년 미국인 크리스틴 프레데릭에 의해 설립되어 고메 버거로 이름을 날렸다.


프랑스인들은 한낱 푸드트럭에서 판매되는 음식도 가볍게 즐기지 않는다. 르 까미용 끼 퓸이 프랑스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좋은 원재료다. 직접 구운 빵, 최고급 고기, 직접 썰어낸 감자와 리얼 체다 치즈 등을 사용한다. 위생적이며, 청결하다.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나 케밥류의 식품에서도 품질을 따지는 사람들이 프랑스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 맛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판매된다.


파리 여행을 안내하는 정보 미디어인 ‘타임아웃 파리’는 파리에서 반드시 즐겨야하는 푸드트럭을 선정했다. 넘버원은 역시 푸드트럭 시장을 개척한 르 까미용 끼 퓸이다. 두 번째는 캘리포니아 구내식당이라는 뜻의 깡띤느 캘리포니아다. 깡띤느 캘리포니아는 2012년부터 르 까미용 끼 퓸과 함께 파리의 푸드트럭 시장을 키웠다. 타코와 미국식 햄버거가 주메뉴인데, 타코를 만들 때는 멕시코에서 직접 가져온 소스를 사용한다. 다른 재료는 파리의 도매시장 ‘런지’가 아닌 유기농 인증을 받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지역 협력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식재료에 신경 쓴 것이다.


세 번째로 선정된 곳은 르 까미용 구르멍이다. 미식 트럭이라는 의미의 르 까미용 구르멍은 오늘의 요리, 스페셜 요리 등 맞춤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채식 햄버거와 요리사 스페셜 메뉴 4종도 갖췄다. 르 까미용 구르멍은 프랑스산 쇠고기를 사용하며, 직접 만든 감자칩을 제공한다.



파리 거리의 상징이 되기까지


처음부터 파리에서 푸드트럭이 성행한 것은 아니다. 크리스틴 프레데릭 르 까미용 끼 퓸 설립자는 초기에는 푸드트럭 운영을 허가받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초기엔 파리에서 푸드트럭 운영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4곳의 허가가 필요했다. 파리시,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경찰,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 등이다. 주차도 아무 곳에나 할 수 없었다.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은 특정 시장과 특정 날짜를 배정 받았다. 2011년 당시 시 조례에 따르면 푸드트럭은 콘서트나 페어 등 특별 행사가 열릴 때를 제외하면 개인소유지나 거리시장 등에서만 영업할 수 있었다.


이런 형태는 2015년이 되면서 달라졌다. 푸드트럭도 지정장소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난 것이다. 파리시는 2015년 7월부터 파리의 40개 특별지정 장소에서는 선정된 푸드트럭에 한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당시에는 158개 푸드트럭이 영업 허가를 신청했다. 파리시는 이들 중 품질, 친환경, 일자리 창출 등을 기준으로 56개 푸드트럭을 선정해 상시영업을 허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푸드트럭이 파리거리의 멋진 상징이 되었다.


2017년 7월 15일자 더바이어 285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묵혀야 제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