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 현지화
중국 사람들은 한식에 대한 호기심에 한식당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국, 밥, 반찬이 나오는 것처럼 기본적인 한식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는 중국인 손님 수는 거의 없다. 또한 한국인들이 중국의 향신료를 잘 먹지 못하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도 못 먹거나 싫어하는 한국 음식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성마다 추구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못하면 중국 사람들의 입맛을 잡을 수 없다.
광동성에 있는 주하이시에서 몇 달간 산적이 있다. 집 근처에는 2개의 한식당이 있었고 주메뉴는 김밥, 떡볶이, 냉면 등 분식류였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맛본 적도 없는 중국인이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맛은 글쎄…. 몇 개의 메뉴는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슷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메뉴가 중국음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한식 같지 않은 한식, 그럼에도 두 식당은 중국인 손님들로 가득 차 매번 갈 때마다 적어도 10분씩은 기다려야 했다.
중국인 친구와 두 곳의 한식당을 같이 갔었다. 그때, 한국음식이 어떤지에 대해 중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중국인 친구는 “솔직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며, “중국 음식과는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중국 음식과 비슷한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음식이 중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아 이제부터는 종종 한식당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주하이시에 있던 두 한식당은 퓨전 한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한국음식을 개량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한국의 맛을 구현했다면 중국인 손님들로 가득 찬 대박집이 됐을까?
주하이시의 집 근처에는 초밥과 롤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도 있었다. 레스토랑 오픈 초기 중국인 친구, 스웨덴 친구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레스토랑은 식재료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공수해와 롤과 초밥을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먹던 일식과 거의 흡사한 맛을 냈다. 가격은 일반 중국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는 약간 비싼 정도였다.
장어롤, 연어스시 등 다양한 메뉴를 시켰는데 함께 먹던 친구들의 반응이 국가마다 달랐다. 스웨덴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맛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매 주말 여기서 만나자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중국인 친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맛이 별로인 것 같다’, ‘양이 너무 적다’, ‘탕도 같이 먹어야 되는데 탕이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식사가 끝난 뒤, 중국인 친구에게 ‘중국 사람들은 일본음식을 좋아하지 않냐’고 물었다. 중국인 친구는 “중국 사람들도 일본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쩐쿵푸’ 역시 퓨전일본요리점이다”라며 “스시와 롤을 먹으면서 다른 중국인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식사 같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중국에서는 여러개의 요리를 시켜서 먹는데 비슷한 요리를 계속 먹는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라고 말했다. 정확히 두 달 뒤, 그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다.
이제는 중국 어느 지역에 가도 쉽게 한식당을 찾을 수 있다. 대학교 식당에도 한국음식을 파는 코너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그러나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많은 외식업체가 중국에 있음에도 성공한 기업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말한다.
상하이 코리아타운인 우중루에는 한국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한식당 등 많은 한식당이 밀집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는다.
우중루의 한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은 “중국에 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식당을 운영한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을 고집해도 상관없겠지만 중국인들을 상대하려면 현지에 맞는 메뉴와 서비스로 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식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한식당을 방문한다. 이렇다보니 국, 밥, 반찬이 따로 나오는 기본적인 한식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 또한 한국인들이 중국의 향신료를 잘 먹지 못하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일반적으로 못 먹거나 싫어하는 한국 음식이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성마다 추구하는 ‘맛’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못하면 중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어렵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음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한식당을 방문한 타 국가의 손님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강요한다면 그들의 입맛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식의 전통 위에 현지화라는 조미료를 가미해야 하는 이유다.
2016년 7월 15일자 더바이어 261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