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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Feb 23. 2018

개성을 얹어먹는 캐나다 전통음식, '푸틴'

이희원 기자의 푸드 투어_ 푸틴

토론토에서는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한 눈에 봐도 다른 외모에,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방법조차 다양한 사람들. 이들에게 캐나다 전통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이 ‘푸틴’이다. 그런데 이 ‘전통 음식’을 먹는 방법이 제각각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필리핀, 아저씨는 가나에서 온 이민자였다. 보통 아침식사는 계란 프라이에 베이컨, 점심은 샌드위치에 과일 하나를 곁들인 도시락을 먹었다. 흔히 생각하는 서양식 식사였다. 그런데 저녁밥만큼은 달랐다. 아주머니의 기분에 따라 필리핀, 가나, 한국 음식을 번갈아가며 먹었다.


아주머니는 바나나를 넣은 룸삐아를 즐겨 만들었다. 룸삐아는 필리핀식 춘권으로, 바나나 이외에도 야채나 고기 등을 넣어 튀긴 음식이다. 룸삐아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중 아주머니가 ‘푸틴’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나는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즉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우리 집에 오는 학생들한테 으레 물어보곤 하는데, 어느 나라 사람이건 모두 그런 반응이야’라며 웃었다.


알고 보니 푸틴(Poutine)은 퀘벡에서 유래된 캐나다 전통 음식이었다. 감자튀김에 치즈 커드와 그레이비 소스를 얹어 간편하게 먹는 캐나다식 패스트푸드다. 취향에 따라 치즈, 소스, 토핑을 바꿔가며 즐길 수 있다. 대중성으로 따지면 한국의 떡볶이다.



단순함에 새로움을 얹으면 신메뉴 탄생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로,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다. 그렇다보니 다운타운을 걷다 보면 리틀 이탈리(Little Italy), 그릭 타운(Greek town) 등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각국에서 온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아 한 골목 안에서 나름의 식도락 투어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이민자들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토론토 시민으로서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음식도 그렇다. 푸틴은 이런 캐나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캐나다 전통 음식이지만 때로는 김치푸틴, 타코푸틴 등 여러 가지 문화를 결합해 다양하게 변신한다. 감자와 치즈를 베이스로 그 문화권의 독특한 재료를 얹으면 그 자리에서 신메뉴가 탄생하는 것이다.


토론토 사람들은 길거리 푸드 트럭부터 영화관, 전문 체인점까지 곳곳에서 푸틴을 마주친다.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푸틴 중, 비슷한 푸틴은 있어도 같은 푸틴은 없다. 피부색도 모국어도 제각각인 만큼 소비 취향의 폭이 방대하다. 기본 세팅을 ‘다문화’에 맞추고 ‘개인 취향’이라는 옵션까지 더하면 푸틴의 폭은 헤아릴 수 없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손님의 기호에 맞춰 주문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필수인 셈이다.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도 입맛대로

치포틀레 부리또

치포틀레(Chipotle)라는 멕시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커스터마이징을 앞세워 세계인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메뉴는 부리토와 타코 단 두 가지다. 메뉴의 단순함을 통해 치포틀레는 조리공정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었다. 대신 커스터마이징에 역량을 쏟았다. 메뉴는 두 가지뿐이지만 손님들은 4가지 고기와 두부, 2가지 콩, 여러 토핑들을 조합해 얼마든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크리머리(eCreamery)는 온라인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세상 어느 가게에서도 팔지 않는 당신만의 아이스크림’을 모토로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 하나 뿐이며, 모든 주문은 온라인으로만 받는다.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43가지 맛과 36가지 토핑을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이즈는 파인트 기준으로 원하는 양만큼 고를 수 있다. 패키지 옵션도 제공한다. 세 가지 바탕 디자인을 고른 후, 넣고 싶은 문구의 글씨체와 폰트까지 조절 가능하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프라인 매장에 유명인들이 사적으로 찾아오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비빔밥 재료는 다양한데 왜…


최근 한국에 놀러온 캐나다인 친구는 당혹스런 경험을 전했다. 비빔밥을 먹으러 갔는데, 평소 매운맛을 즐기지 않아 고추장을 아주 조금만 넣었다고 한다. 지나가던 가게 종업원은 그게 의아했나 보다. 친구가 비빔밥의 참맛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종업원은 그의 비빔밥에 손수 고추장을 듬뿍 짜 넣으며 ‘이렇게 먹어야 제대로 된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구는 ‘비빔밥에 올려 먹는 재료는 다양한데 고추장은 선택이 아닌 거야?’라며 키득거렸다.


만약 그 종업원이 커스터마이징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메뉴’는 기본 바탕일 뿐이다.


2016년 7월 1일자 더바이어 260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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