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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Feb 19. 2018

'비거니즘'에 빠진 프랑스

김선희 기자의 푸드 투어_ 비거니즘

파리에서 가볼만한, 알려지지 않은 레스토랑을 소개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면, ‘비스트로 떼루아 파리지앙(Bistro Terroir Parisien)’을 소개한다. 덧붙여 꼭 ‘오늘의 요리’를 먹으라고 추천한다. 유명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이라는 스토리도 있지만 떼루아 파리지앙에 높은 평가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파리’의 로컬푸드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그날 식재료에 따라 요리가 바뀌는 로컬푸드 레스토랑


세계 공통의 트렌드는 언제나 건강이다. 식재료의 안전성, 고급 식재료, 천연재료 등 포커스를 두는 부분은 해당 국가의 소비자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점은 ‘더 건강한’에 있다. 3월 씨알월드투어배심원으로 참가했을 당시, 필자를 포함한 28명의 기자들은 모두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동의했다. 특히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맛에도 민감한 프랑스인들은 프리미엄 식료품, 로컬푸드 등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2013년 말 오픈한 ‘떼루아 파리지앙’이라는 파리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오후 6시가 넘으면 앉을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이곳은 일드프랑스(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5존까지의 도시. 대략 주변 50마일) 내에서 식재료를 공수해오기 때문에 그날의 식재료에 따라 셰프의 요리가 바뀐다.

한 번은 중년의 한국 남성이 어머니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는다기에 떼루아 파리지앙을 추천했다. 그런데 아마도 그 날의 오늘의 요리가 감자 퓨레를 곁들인 소시지 요리였던가 보다. 그는 고작 감자와 소시지 요리에 약 3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한 입 먹은 후에야 왜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지금 파리는 ‘비거니즘’ 붐


‘비거니즘’도 최근 프랑스 식품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다. 비건은 베지테리언과 비슷하지만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육류나 유제품 등을 즐기지 않는 것은 물론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생활습관까지도 포함한다.


프랑스 파리 3구 마레 거리에 엉 몽드 비건(Un Monde Vegan)이라는 식료품 매장이 있다. 온라인 중심의 비건 전문 유통채널로 오프라인 매장은 식료품 중심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콘돔까지 갖추고 있다. 엉 몽드 비건이 지난해 말 프랑스 리옹에 2호점을 오픈했다. 프랑스 2대 도시로 불리는 리옹의 인구수는 약 50만명이다(파리 인구수는 2014년 기준 224만명). 이곳에 비건 식료품 매장이 들어섰다는 것은 실제로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올 초 프랑스 리서치 기관인 칸타 월드빠네의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고기 섭취를 아예 하지 않는 베지테리언(Sans viande)이나 고기 섭취를 줄인 프렉시테리언(Presque viande)이 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리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26%가 베지테리언이다. 그중 32%가 만 15세 이하의 청소년들이었다.


프랑스 가정의 25%가 고기 소비를 줄였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들 중 21%는 유기농 상품을 추구하며 31%는 식비 예산을 일부러 여유 있게 책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유기농 상품의 가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프랑스 내에서 일명 BIO 식품군은 동일 상품군보다 가격이 평균 30%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기농 상품을 선호하는 인구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 대표 유기농 전문 공급업체인 비오쿱은 2015년 기준 5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중 29개점이 2014~2015년 사이에 오픈했다.

프랑스 대표 유통업체인 까르푸도 2015년 말, 까르푸 베지 상품을 선보이며 BIO 시장에 합류했다. 까르푸는 프랑스 동물보호협회인 L214, 프랑스 베지테리언협회와 함께 상품을 개발해 2015년 말에 16종의 비건 소비자 중심의 간편식을 선보였다. 리샤르 바바쎄 까르푸 그룹 프리미엄 마켓 디렉터는 “비건 시장의 발전을 예상하며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겠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가공식품도 간편함보다 품질에 포커스


베지테리언은 신선한 식품만을 즐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가공식품을 더욱 선호한다. 프랑스인들은 유기농은 신선식품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장기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 조리가 용이한 간편식을 찾고 있다. 간편하게 집에서 요리할 수는 있지만 품질과 맛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나 케밥류의 식품에서도 품질을 따지는 사람들이 프랑스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판매된다. 프랑스인들은 한낱 푸드트럭에서 판매되는 음식도 가볍게 즐기지 않는다.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해 푸드트럭 식품에서도 ‘품질’을 따진다.



2016년 6월 15일자 더바이어 259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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