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터 유통까지 계열화, 오프라인 유통 확장으로 밀키트 알려
프레시지는 레시피, 소스, 전처리된 식재료를 조합해 판매하는 밀키트 업체다. 프레시지는 채소 전처리 자회사와 육류 수입·가공 사업부를 운영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다. 유통망을 넓히며 밀키트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프레시지 정중교 대표를 만났다.
HMR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도시락, 김밥 등의 RTE(Ready To Eat), 즉석밥, 냉동식품 등의 RTH(Ready To Heat), 밀키트 형태의 RTC(Ready To Cook)이다. 현재 RTE시장을 살펴보면 제조사는 자리를 잡고 소비자는 제품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인다. RTH시장은 다양한 제조사, 상품들이 등장하며 성장기를 맞았다.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는 한국에서 아직 RTC시장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16년 1월 프레시지를 설립하면서 한국시장에 적용할 밀키트 사업모델을 고민했다.
“미국은 식료품 업체와 멀리 떨어져있는 가정도 많아 온라인 주문을 통한 식재료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미국의 밀키트 업체들이 세척·소분 배송만 해도 소비자들이 편의성을 크게 느끼죠. 한국 소비자들이 밀키트의 편의성을 느낄 수 있도록 방향성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프레시지는 주방에서 칼과 도마를 없애는 것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소비자들이 요리의 즐거움을 간단한 조리와 플레이팅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한 전처리 과정을 프레시지가 책임지는 것이 모토다.
“유통을 감당할 체력이 중요합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브랜드를 알리기에 앞서 시스템을 갖춰야 해요. 레시피가 중요한 만큼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소싱부터 전처리, 제조, 유통까지 가치사슬을 이어야 합니다.”
프레시지는 소싱부터 가공, 유통까지 계열화해 자라,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과 비슷한 모델을 갖추려 한다. 계절, 트렌드에 따라 메뉴를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처리업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기획부터 판매 준비까지 걸리는 시간은 4주 이내다. 협력사에게 견적을 요청하는 등의 일반 개발 과정에서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
프레시지는 2018년 2월 B2B 채소 전처리업체 웰푸드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5월에 육류를 수입·가공하는 프레시미트 사업부를 만들었다. 웰푸드와 프레시미트 사업부는 전처리 상품을 B2B로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프레시지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었다. 세척 온도 등 다양한 전처리 노하우를 보유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RTC 제조는 RTH보다 산업화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가열공정이 없어 생산라인의 전환이 용이하다. 그는 밀키트를 레고에 비유했다. 테스트도 쉽고 식재료 하나로 여러 메뉴를 만들 수 있어 로스율도 적다. 전처리된 식재료를 레시피에 맞춰서 조립만 하면 된다. 생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프레시지 온라인몰 기준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제조, 발송해 다음날 받을 수 있다.
프레시지는 HMR(Home Meal Replacement)보다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을 지향한다. 소비자가 약간의 수고와 비용을 들여 레스토랑 같은 식사를 할 수 있음을 합리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프레시지는 식사를 대체하는 것보다 가치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과제는 RMR에서 HMR까지, 향후에는 수출까지 확장하는 거예요. 현재는 국내 소비자에게 국, 탕, 찌개 등의 밀키트로 접근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규모 있는 기업들이 밀키트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밀키트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는 다양한 대형 제조사의 밀키트, 유통업체 PB 등으로 등장해야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밀키트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밀키트 산업이 규모가 커지고 성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이마트 피코크 등을 통해 RTH 상품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비슷한 노선이다.
정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밀키트가 성장할 때 오프라인 채널이 크게 확장된 것을 주목했다. 시장에 뛰어들었던 업체들 중 살아남고 성장한 업체들은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앨버트슨즈(Albertsons)는 플레이티드(Plated)를, 유통업체 크로거(Kroger)는 밀키트 업체 홈 셰프(Home Chef)를 인수했다. 블루에이프런(BlueApron)은 미국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입점,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아마존과 월마트도 밀키트를 강화하고 있다. 밀키트로 이익을 본 업체들은 유통채널을 다변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레시지는 현재 백화점, 홈쇼핑, 프리미엄 SSM, 소셜커머스,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정 대표는 채널별 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이 출시되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전부 가지고 있어 히트 상품인지 검증하는데 유리하다. 예를 들면, 홈쇼핑의 주 소비자는 50대 이상의 주부다. 이들에게 온라인 히트 상품인 감바스 알 아히요, 밀푀유 나베, 빠네 파스타 등을 선보이면 온라인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스테이크 등은 먹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밀키트로 도전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를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다음 상품 개발에 적용한다.
“전체 유통채널 판매량을 기준으로 상품을 분류하고 있어요. 이미 안정된 히트 상품, 인지도 작업 등이 필요한 상품, 성장하기 어려운 상품 등이죠. 현재 데이터가 많이 쌓였기 때문에 출시 후 한 달이면 판가름이 됩니다.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히트 상품의 수를 늘리고 있어요.”
프레시지의 2018년 목표는 국내 전 유통채널 진출이다. 현재 히트 상품들을 중심으로 온라인몰, SSM, 홈쇼핑, 백화점 등에 진출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에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식품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원재료에 부가가치가 상승하는 변곡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가치사슬을 계열화, 안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2018년 8월 1일자 더바이어 310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