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수산 바이어의 ‘촉’ 염이용 이마트 수산 바이어
이마트가 가자미 스테이크를 내놨다.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생선 역시 한 마리를 통째로 굽기보다 스테이크 형태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가자미 스테이크를 기획한 염이용 이마트 수산 바이어의 생각을 들었다.
“국내에서 생선 스테이크는 아직 미미한 시장이다. 그러나 서구권 식문화가 국내로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중이기 때문에 향후 생선 스테이크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염 바이어는 국내 수산물 식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생선 소비시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생선 스테이크를 기획한 배경이다. 그는 미국·유럽에서 프리미엄 흰 살 생선이라고 불리는 ‘그린랜드 헐리벗(Greenland Halibut)’으로 생선 스테이크를 기획했다. ‘그린랜드 헐리벗’은 검정가자미로 대구, 연어와 함께 서구권에서 주로 스테이크로 즐기는 고급 식재료다. 식감이 좋고 무엇보다 비타민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다. 반면 다른 생선보다 지방질은 낮아 식단 관리에 도움이 된다.
염 바이어는 청정지역인 그린란드에서 검정가자미를 소싱했다. 검정가자미는 최대 길이가 1m가 넘어 스테이크로 상품화하기에 적합하다. 검정가자미는 또한 몸무게가 45㎏이 넘는 대형 생선으로 식감이 좋고, 일반 가자미보다 맛도 담백하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자미 스테이크는 현지에서 컷팅한 후, 스테이크용으로 내놓는다. 첫 소싱 물량은 약 8톤. 매출액으로 환산했을 시, 1억5000만원 규모다.
본래 생선을 스테이크로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한 서구권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생선을 주로 찜이나 조림, 구이 등으로 요리했다. 하지만 최근 미식을 즐기거나 해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생선 스테이크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연어 스테이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 7월까지 생연어 매출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3.2%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구이용 생연어 매출이 78.2% 증가했다. 가자미 스테이크를 내놓을 수 있던 배경이다.
염 바이어는 “연어 스테이크는 올해 두 자릿수 신장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였다”라며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수산물 스테이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미 스테이크 역시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검정가자미의 상품성이 좋아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에는 노르웨이 대구 스테이크를 추가로 출시하는 등 수산 카테고리 품목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자미 스테이크는 8월 16일에 출시돼 매출은 미비하다. 그러나 홍보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생선 스테이크를 알게 되고,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것에서 우선 만족한다고 염 바이어는 부연했다.
“생선 스테이크 인식 전환 과정은 어렵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점포에서 시식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선 스테이크의 존재를 환기시킬 예정이다.”
염 바이어는 이마트에서 수산팀 근무만 12년째 맡고 있는 베테랑 수산물 바이어다. 그는 무엇보다 국산을 ‘최고’로 생각하던 국내 수산물시장에 해외 여러 산지를 지속 발굴해낸 개척자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은 자반고등어다.
그가 고등어를 담당했을 당시 그 해 어획량이 너무 적었다. 자반고등어를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노르웨이 고등어를 자반고등어용으로 직소싱했다. 당시 노르웨이 고등어는 생물로만 판매하고 자반고등어는 국산 고등어로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염 바이어가 2009년 처음 노르웨이 고등어를 이용해 자반고등어를 만들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국산 고등어보다 노르웨이 고등어를 찾을 정도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산지 개척은 그 이후로도 계속 됐다. 캐나다, 스코틀랜드산 고등어도 염 바이어가 직소싱했다.
그는 이제는 생선 식문화를 선도하고자 한다. 염 바이어는 검정가자미 스테이크도 점포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수산 담당자조차 생소하게 느낄 정도로 특이한 제품이어서 매장 직원들에게 일일이 다 알려줘야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생선을 단순 소금구이로만 섭취한다. 서구처럼 다양한 양념과 시즈닝을 활용해 생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대중화 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2018년 9월 1일자 더바이어 312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