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맛집 카페리뷰어
육지 촌놈이라 그런지 나는 바다가 좋다. 일렁이는 바다 너울 멍하니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도 평안해진다. 이번엔 큰 딸이 대게가 생각난다기에 온 가족이 바다를 보러 나섰다.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교통이 편리해져 벌써 이곳을 몇 번째 다녀왔는지 모른다. 출발한다. 오늘은 경북 영덕이다.
이제 우리 집 여행의 주도권은 큰 딸에게 있다. 내가 아니다. 큰 딸이 주도하고 작은 딸이 상의해 갈 곳들을 정한다. 이번 여행 코스는 어 시장에서 대게찜을 먹고, 인근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들렀다 오후에 올라오는 당일치기라는 설명이다. 가는 길은 막힘이 없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변함없이.
그런데 웬걸 IC를 빠져나와 어 시장을 들어서는 초입부터 막힌다. 아무리 주말이라면 이 정도는 처음 하는 경험이다. 문제는 도가 넘어 정체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었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 어시장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섣불리 초입 식당을 들어간 게 잘못이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게찜 메뉴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폭망이었다.
어쨌든 다음 행선지로 나섰다. 이번 딸아이의 선택은 바다 뷰가 보이는 카페! 카페로 가기 전 '해상 산책로(?)'를 들렀다가는 코스란다. 해상(?) 이건 또 뭐지? 인터넷에 "삼사 해상 산책로"라고 검색하면 나오는데, 바다 위에 구조물을 세우고,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본래는 해상 산책로 방문 후 카페였지만 식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터라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잠시 쉬었다가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부터 밤 21시 30분까지
삼사 해상 산책로 블루로드 D코스(쪽빛 파도의 길)
블루밍342의 매력은 2층이다. 통창 너머로 영덕 앞바다가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삼사 해상 산책로가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건물 1, 2층 그리고 루프탑 중 2층이다. 통창이 시원스럽다. 액자도 필요 없어 보였다. 창밖으로 바라다보이는 모습 그대로가 그림이오. 움직이는 조형물이었다. 블루로드 D코스의 별칭처럼 말 그대로 "쪽빛 파도"가 연일 몰려와 부서지고 있었다. 바라본 바다는 '바다 멍이 이런 거다! 이 정도는 돼야~'라며 꾸짖는 것만 같았다. 뭐 보고 나니 딱히 반박할 핑계를 찾지도 못하겠다.
블루밍342 1층은 벽 전체가 온통 연예인 사인이다. 드라마 촬영이 있었는지 아니면 연예인조차 한 번쯤 다녀가야 하는 명소인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았다. 특히 좋아하는 이세영 배우는 몇 번이나 방문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사장님이 연예계 종사자인가? 아무튼 1층이며, 2층 벽엔 사인들이 그득하다.
정말 그러고 보니 창밖이 온통 쪽빛이다. 동해바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오늘은 더 그 빛이 짙은 것 같다. 일렁임에 정신을 뺏기다 보니 바다 내음이 통창을 통과해 내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오늘도 멋진 뷰 하나 마음에 담아 간다. 오랫동안 기억날 마음 사진 하나 찍어 남긴다.
삼사 해상 산책로 블루로드 D코스는 영덕 삼사 해상공원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쪽빛 길이라고도 불리는 영덕 블루로드는 영덕 7번 국도변과 해파랑, 장사 해수욕장, 원척항, 남호 해수욕장, 삼사 해상산책로, 삼사 해상공원, 강구항을 잇는 올레길이다. 특히 한번 가볼 만한 아름다운 해안 길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카페의 후덕함이 질릴 때쯤 우리 가족은 해상 산책로로 나왔다. 입장료는 없다. 해상을 걷는 듯한 기분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손을 탄 갈매기 떼가 연신 날아들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입구에서 파는 새우깡 한 봉지만 있으면 정말 눈앞에서 신기한 갈매기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갈매기는 겁을 먹지도 않았다. 새우깡을 가만히 손에 들고 있으면 마치 훈련을 받은 듯 정확히 손에 든 새우깡을 채간다. 어찌 그리 재주도 좋은지 그저 신기해서 연신 새우깡 봉지를 손이 들락날락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산책로를 올라온 목적이 바다 구경이 아니라 갈매기 밥 주기였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오히려 조용히 바다 구경을 갈매기 소리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해상 산책로 개방시간은 24시간이 아니다. 아마 안전 때문이겠지. 하절기에는 오전 8시부터 20시까지고,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다. 자연재해 시에는 열어 놓지 않는다. 시간을 알아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모르고 방문했다가 이 좋은 구경을 못하고 오면 낭패니까.
이곳은 다음에 또 올 것 같다. 혼자만 알기엔 아까운 곳이다. 이 멋진 구경을 혼자 한다는 것은 왠지 죄스럽다. 널리 알려 한 번쯤 같은 갬성을 느껴 보길 소망한다. 오늘도 모두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