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하다는 것의 의미
루피와 샹크스의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루피가 지금보다 훨씬 더 꼬마였을때, 샹크스는 이미 대해적이었지요. 하지만 루피는 샹크스를 해적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어느정도의 해적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샹크스를 보면 그저 자신도 데리고 가달라며 조를 뿐이었습니다.
하루는 샹크스가 주점에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이었습니다. 마을 인근에서 산적질을 하던 산적 두목이 주점에 찾아와 술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가게주인이 주점에 더이상 술이 없다고하자 샹크스가 자신들이 술을 다 먹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직 따지 않은 술 한병을 산적두목에게 권합니다.
하지만 산적두목은 술병을 깨뜨리면서 샹크스의 머리에 술을 묻게하지요. 그 광경을 본 샹크스의 동료들과 샹크스, 루피는 이런 말을 합니다.
동료들 :
멋지게 한방먹었군 두목. 세상에 그게 무슨꼴이유
샹크스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루피 :
왜 웃는거야! 그런건 쪽팔리잖아! 왜 웃는거야!
아무리 상대가 크고 강해도 그런 꼴을 당하고 웃다니 그러고도 남자야. 해적이 아니야!
샹크스 :
기분은 이해못하는게 아니지만. 술을 조금 뒤집어썼을 뿐이다.
화낼 정도의 일도 아니잖아?
산적두목에게 술을 뒤집어쓴 샹크스와 그것을 본 샹크스의 동료들은 그게 무슨꼴이냐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본 어린 루피의 눈에는 산적두목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겁쟁이 해적으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샹크스에게 루피는 큰 실망을 하게되지요.
그런 일이 있은 후 4일이 지났습니다. 루피는 샹크스를 욕보인 해적에게 혼자서 복수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산적두목에게 사과를 받으러 가지요. 하지만 어린 루피는 산적두목을 상대하기에 힘이 부족했고 결국 산적 두목에게 잡히게 됩니다. 이를 본 마을 촌장님은 산적두목에게 루피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산적두목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때 샹크스가 다시 나타납니다. 그러고는 4일 전 주점에서와는 다르게 해적들을 상대하지요. 대해적이었던 샹크스는 아주 가뿐하게 산적들을 무찌릅니다. 그리고 루피를 인질삼고 있는 산적 두목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샹크스 :
알았냐 산적!
나는 술이든 음식이든 머리에 뒤집어쓰거나 침을 얼굴에 뱉는다든가 하는 건 그냥 웃어넘길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내친구를 상처입히는 녀석은 용서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술을 뒤집어 씌웠을땐 호탕하게 웃던 샹크스는 루피를 인질로 잡고 있는 산적에게는 분노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힘을 쓰지요.
이러한 샹크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엿봅니다. 정말 강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떠올리면 힘이 세거나,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것을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힘이 세거나,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있어 분명히 강자입니다.
하지만 문득 샹크스의 일화를 보면서 힘과 권력,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산적 두목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산적두목은 자신을 800만베리의 현상금 수배자라면서 우쭐합니다. 자신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800만베리라는 상금이 자신의 목에 달려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산적 두목이 정말 강한가요?
샹크스를 상대로 술병을 깨고, 술을 뒤집어씌우고, 루피를 인질로 잡는 산적 두목의 모습은 이상하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당하고 있는 샹크스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힘과 권력,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강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들은 정말 약자가 아닐까요? 그들의 약함을 가리기위해서 힘과 권력, 부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들 가슴 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두려움이 그들로 하여금 힘과 권력, 부에 대한 갈증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두려움을 없애고자 그들은 끝도 없이 힘과 권력, 부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겁이 많은 개가 크게 짖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을 지켜야할 개가 무서우니까 큰 소리를 내서 자신이 강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지요. 산적 두목의 모습도 이 겁 많은 개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산적임을 과시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그것들을 약자들에게 휘두르는 산적 두목은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약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샹크스는 다릅니다. 굳이 본인이 어느 정도의 해적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작은 일에는 오히려 힘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힘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힘을 써야할 때와 쓰지 않아야할 때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린 루피는 이런 샹크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요. 루피에게 누군가 술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자존심을 짓밟는 엄청나게 큰 일이었지만, 샹크스에게는 아주 사소한 작은 일에 불과했습니다. 마치 어린 꼬마에게 10kg을 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성인에게는 아무일도 아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샹크스는 굳이 그 일을 신경쓰지 않았고, 산적두목을 구태여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샹크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강함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정말 강하다는 것은 넘치는 힘을 막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써야할 때를 아는 것이 아닐까요? 약자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쓰는 것처럼 말이지요. 샹크스는 친구를 상처입히는 사람에게 자신의 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샹크스가 힘을 썼을때 정말 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저는 제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짜증을 내곤 합니다.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는 것이지요. 샹크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정말 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웃어넘길 그런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 일을 감당할 정도의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더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일을 생각대로 계획대로 해결했을텐데 능력이 없어서 해결하지 못하니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화를 내면 낼수록 그것은 저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제가 약하다고 소리치는 것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루피는 산적두목을 간단히 상대하는 샹크스의 모습을 보고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느낀 루피는 이제 더이상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조르지 않습니다. 대신에 자신도 샹크스처럼 동료들을 모아서 해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루피는 항해를 하면서 힘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만 자신의 힘을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늘 얻어맞지요.
생각해보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야말로 정말 강한 것입니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굳이 그것을 입증하고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힘이 약한 자만이 자신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들지요.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부를 굳이 다른 사람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정하든 안하든 충분히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테니까요.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있나요? 아니면 어떤 것을 과시하고 있나요? 어쩌면 그런 노력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