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자본가 Jul 27. 2018

시장을 이기는 필립피셔의 3가지 질문

워렌버핏이 책을 읽자마자 단숨에 필립 피셔를 만나러 간 이유는?




세계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 그에게도 2명의 스승이 있었다. 한 사람은 가치투자 이론을 만든 벤저민 그레이엄으로 워렌 버핏이 컬럼비아대학을 다닐 때 교수와 학생의 관계로 만났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전설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며 1950년대에 처음으로 '성장주(growth stocks)'라는 개념을 제시한 필립 피셔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주식투자 명저로 손꼽히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을 읽은 워렌 버핏이 단숨에 피셔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가 조언을 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도대체 필립 피셔의 투자철학이 어떠하였기에 워렌 버핏은 책을 읽자마자 그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던 것일까?







(1)  경쟁 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아직'이라는 단어이다. 경쟁업체에서는 아직하고 있지 않지만 이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이 회사의 경쟁력이고 비교우위이며 잠재능력이기 때문이다. 필립 피셔는 기업의 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투자자이다. 질적인 가치라는 것은 자산이나 부채, 수익률과 같이 수치로 나타내어지는 기업의 상태가 아니라 경쟁 기업에 비해 얼마나 비교우위가 있으며, 그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전략 등과 같은 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가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분석하여 가치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가격과 비교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필립 피셔의 투자법은 그러한 수치보다는 '성장성'과 같은 기업이 가진 잠재력, 비교우위 등을 보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유를 생산하는 기업 A가 있었다. 다른 우유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고공성장을 거듭하던 기업 A는 최근 저출산 이라는 위기에 부딪치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다. 우유를 많이 먹는 어린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니 우유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기업 A 뿐만 아니라 우유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닥친 공동의 문제였다. 그러자 기업 A는 발빠르게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우유를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유가 많이 소비되는 커피시장과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우유업계에서는 가장 빠르게 내린 결정이었다. 우유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은 여전히 점점 작아지는 우유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만 늘려가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반면 기업 A는 빠르게 성장하는 디저트 시장을 발견하고, 1등급 우유를 바탕으로 만든 고급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여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 하였다.


필립 피셔는 A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였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고, 신제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뛰어난 경영진이 운영하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하였다. 그리고 그 기업의 성장이 지속되는 기간동안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면서 수익을 극대화 하였다.







(2)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담는 것보단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바구니 하나에 담는 것이 더 좋지않을까요?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포트폴리오'라는 단어일 것이다.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면 투자를 분산시켜서 위험을 최소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내릴지, 내일 갑자기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주식시장인지라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산업별로, 종목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투자한 하나의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내 돈을 모두 잃을 일은 없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여러 기업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필립 피셔는 이러한 투자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필립 피셔는 역사적으로 최고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산업 평균보다 높게 성장한 소수의 기업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수의 우수한 기업을 찾아서 집중투자 할 것을 권했다. 한마디로 계란을 깨뜨릴까봐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나눠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바구니를 하나 골라서 그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으라는 말이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1000만원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 20개를 골라서 이 20개 중에서 투자할 기업을 최종적으로 고르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고른 기업은 20개 중에서 10개가 될 수도 있고, 5개가 될수도 있고, 3개 혹은 1개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투자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최종 선정된 20개 기업중에서 실제 투자에 들어가는 기업의 숫자는 모두 다를 것이다. 10개의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5개의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20개기업 모두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단 1개의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 사이에는 우열이 없는 것일까? 고르고 고른 20개, 10개 혹은 5개의 기업이 모두 똑같은 투자의 우선순위를 가지느냐는 것이다. 아닐 것이다. 분명 그 20개의 기업중에서 또다시 1위부터 20위까지 투자 우선순위가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첫번째로 투자하고 싶은 기업, 두번째로 투자하고 싶은 기업, 세번째로 투자하고 싶은 기업으로 기업들을 다시한번 정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일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과 두번째로 좋아하는 과일, 세번째로 좋아하는 과일을 고를 수 있듯이 말이다.  



필립 피셔가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우리가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한다면 산업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소수의 기업을 찾아서 그 기업에 집중투자를 해야하는 것이지, 괜찮아 보이는 여러개의 기업에 분산해서 투자해서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가장 좋은 투자처를 놔두고 두번째, 세번째로 좋은 투자처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놔두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과일을 먹을 이유가 없듯이 말이다.









(3) 최고의 기업을 찾았으면, 어떤 변화가 있지 않는한 주식을 팔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 그 잠재력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최고의 기업을 찾았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면된다. 그러면 그렇게 산 주식을 언제까지 보유하면 되는 것일까? 필립 피셔는 그런 기업을 찾는다면 평생동안 주식을 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2가지 경우가 나타나면 주식을 매도하라고 이야기하였다.





1. 최고 경영진의 교체와 같이 기업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을 경우



필립 피셔는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데 있어 생산, 마케팅, 연구개발, 재무 역량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했지만 특히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생산이든 마케팅이든 연구개발이든 재무 역량이든 간에 뛰어난 사람이 있어야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최고 경영진 교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매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는 생각은 필립 피셔만의 생각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석학으로 손꼽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의 저자 짐 콜린스 역시 기업에 있어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책을 보면 버스를 통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나오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두대의 버스가 있다. A라는 버스는 목적지는 결정되어있지만 그 버스를 타고 있는 승객들은 그리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반대로 B라는 버스는 목적지가 결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버스를 타고 있는 승객들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다. A와 B 이 둘중 어느 버스가 먼저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들을 만든 경영자가 가장 먼저 한 일에 대해서 연구하였는데, 그들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럴듯한 비전을 만들고 목표치를 제시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어낸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적합한 사람들을 남기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버스가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는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목적지가 먼저 정해진 버스 A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되니 더 빨리 도착할 것 같지만 잘 가다가도 우왕좌왕하며 가다 서다,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늦게 도착하게되고, 반면에 우수한 승객들만 타고 있는 버스 B는 목적지가 잠시 없더라도 승객들이 합심하여 목적지를 바로잡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필립피셔가 왜 주식의 매도 시점으로 경영진의 교체를 언급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 더이상 경제 전체의 성장률보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없는 경우




모든 만물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기업 역시 흥망성쇠가 있다. 망해가던 회사가 살아난다거나 잘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파산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주식을 오래도록 가지고만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다가 기업이 망하게되면 그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고 큰 회사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서 영원이라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필립 피셔는 언제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 했을까? 필립 피셔는 가파르게 성장하던 기업이 어떠한 문제로 더이상 그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주식을 매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늘 업종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더 높은 성장을 하던 기업이 갑자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식의 매도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정말로 매력적이고 위대한 기업이 '단기적'인 사유로 인해서 성장률이 정체되는 경우라면 절대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장이 주춤하게 된 원인이 단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그 요인이 단기적인 것에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기업의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자신의 투자지식이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85%, 필립 피셔로부터 15%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바 있다.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는 기업의 계량적 가치, 다시말해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주가와 비교하는 법을 배웠고, 필립 피셔로부터는 기업의 질적 가치를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사실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기업의 계량적 가치로부터 주가를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회계사들이 주식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렌 버핏도 회계사가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로 손꼽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주식투자가 단순히 숫자로 계산하고 판단하여 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런 측면에서 필립 피셔는 기업의 질적 가치를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성공적인 성과를 일궈내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전 06화 세계 1위의 투자자, 워렌버핏의 투자격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