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차별화 된 삶을 꿈꾼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희소성'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기'와 '귀금속' 입니다. 단, 5분이라도 공기가 없다면 모든 사람들이 생존할 수 없지만 공기의 가격은 공짜입니다. 반면에 없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는 귀금속은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어있지요. 이것은 공기가 가치가 없어서 공짜인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써도써도 충분하기에 가격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경영학을 통해서 기업들이 어떻게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지를 배웠다면, 경제학을 통해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게되었습니다. 이때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에 열광한다는 것! 사람이든, 상품이든, 서비스든 '희소'해야 높은 가치를 지니면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그래서 기업들은 늘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에 목말라하고, 사람들 역시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20대 때, 저의 화두는 '차별화'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있다면, 결국 남들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될 것이고... 회사에서는 딱히 내가 없어도 다른 사람을 쓰면 되니까 오래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 한번뿐이 주어진 내 삶을 남들과 똑같이 쓰는 것은 잘못된 인생사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생김새, 이름, 성격 등등이 모두 다른데 똑같은 삶의 코스를 밟아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기만 아닐까요? 남들과는 다른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막막하지요. 똑같은 학교를 다니고, 똑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남들과 다른 뭔가를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사막을 횡단했다 등등.. 이런 해외에 나가서 뭔가를 했다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저에겐 딱히 와닿는 차별화도 아니었고, 단지 그것은 특별한 경험일 뿐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무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행을 어떤 생각으로 계획했고, 무언가를 깨닫거나 얻었다면 그것은 충분히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해외에 다녀온 많은 친구들이, 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후의 삶이 똑같은 것을 보고는 저는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을 접었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과 돈을 썼다면, 전과 후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은 여행을 다녀왔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삶의 태도를 가졌을 뿐,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30대 초반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제가 20대를 돌아보면 그래도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하려고 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서 고민하고 고군분투한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는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크게 3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제 1전공 : 경영학
제 2전공 : 정치학 경제학 철학
제 3전공 : 사회학
제 졸업장에 찍힌 학위입니다. 경영학으로 입학해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 사회학을 공부했지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서 경영학만을 전공하거나 자신의 전공에 경영학을 복수전공 합니다. 상경계열이 기업입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4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학문에 대한 기초를 닦고 싶었습니다. 대학 때 이들 과목들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제가 졸업 후에 따로 배울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학점을 최대한 꽉꽉 채워듣고, 계절학기까지 들어가면서 5개의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결국 저는 남들과는 다른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지요.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 4년을 다니는 동안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권수가 2000여권입니다. 방학 때 학교도서관을 이용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읽은 책은 좀 더 되리라 생각해요. 여행에도 큰 흥미가 없었고, 여자친구도 없었기에 오로지 책만 읽은 결과이기도 합니다.(적어놓고 보니 조금 슬프네요ㅠㅠ)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남아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고.. 20대가 아니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결혼을 하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때 내가 생각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정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학교 도서관 직원분들도 저에 대해서 모두 알고 계셨을 정도였으니까요. 한달에 한번은, 제일 마지막 주 토요일에 24시간 열람실에서 책을 수북히 쌓아놓고 밤새 읽기도 했고요. 텅빈 열람실에서 밤새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즐거움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었던가요? 그날은 나름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고 비싼 연어초밥을 사다놓고 새벽에 달을 보며 책을 읽다 야참으로 연어 초밥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암튼 저는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20대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2010, 2011, 2012년 도서관장님으로부터 최다독자상을 받게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학교 졸업장보다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년 연속 1위는 독보적이잖아요? 조금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뭔가를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도 할까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암튼 수없이 많은 책을 읽으면서 보낸 것, 다른 친구들이 토익공부에 몰두할 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것. 이것은 제 대학생활을 다른 사람들의 대학생활과 구별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되었습니다.
5개의 전공, 2000여권이 넘는 독서... 아마도 이런 것을 들으시면 이 사람은 공부만 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책을 즐겨읽고,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은 아닙니다만 또 그렇다고 조용하게 책만 읽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대학생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동아리죠? 많은 친구들이 1학년때 동아리를 선택해서 활동합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으면 창업동아리, 스포츠를 좋아하면 운동동아리,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게 있다면 학술동아리에 들어가지요.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20대를 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저는 남들처럼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남들처럼 동아리에 들어가면 남들과 같은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동아리를 1학년땐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난 안하겠다는 심리였습니다. 술 같은 것을 먹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2학년 때,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3들을 상대로 대학 입시상담을 해주는 카페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는데 뜻이 맞는 친구들이 생기고 규모가 커지면서 동아리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우리가 대체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차에 전국에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쳐주는 교육봉사동아리는 있어도 대입논술을 가르쳐주는 동아리는 없다는 것을 알고 그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전국 최초였던 것이지요. 이때 이 경험으로 최초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희들의 논술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50여명이 넘었고, 조선일보, 한겨레, CBS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왔거든요. 이 모든게 불과 일을 시작한지 3개월만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3가지가 제가 치열하게 남들과 다른 20대를 보내겠다고 고민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어떤가요? 생각보다는 별게 없다고 느껴지시나요? 네, 맞습니다. 남들과 다른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차별화시킨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다른 사람과 다른 뭔가를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들어도 도대체 어떻게 차별화를 시킬 것인지, 또 방향성은 잡혀도 그것을 실제로 의미있는 차이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잘나가는 비슷한 제품(미투상품)을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20대에는 거창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도달하려고 애쓰던 차별화의 시기였다면 30대가 된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결과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차별화는 남들도 금방 따라하는 차별화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0대가 되면 이제 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 바빠 남들을 신경쓸 겨를조차 없기 때문에 차별화라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사는대로 살게되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러면 지금의 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지금은 남들과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남들과 다른 하루하루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가 오늘 남들과 다른 하루는 보낸다면, 그 하루하루가 5일, 10일, 100일, 1년이 된다면 남들과 다른 결과물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생각이 제가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비싼 명품을 사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깔린 SNS앱을 보면 이런 사실들을 금방 알 수 있지요.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증명하는 사진들이 이 시간에도 수도없이 업로드 되고 있지요. 그 사진들을 보면서 내 삶만 평범하고,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사실 알고보면 그들도 그런 일이 정말 특별해서 SNS에 올리는 것인데 말이죠.
뭐 암튼, 해외여행에 가고, 명품을 사고,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 모두 자신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손쉬운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요. 그놈의 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 많다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란 굉장히 쉽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돈이 없다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게 어려운 일일까요? 꼭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을 사야지만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요? 그건 분명히 아닐겁니다. 돈과 차별화는 크게 상관없거든요. 삼성이 애플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차별화라는 것은 꼭 돈이 많이 들거나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아이디어는 오히려 돈을 끌고 오기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어마어마한 돈을 유치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잖아요? 차별화를 하기위해서 꼭 돈이 필요하지는 않을뿐더러, 돈으로 할 수 있는 차별화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쉽게 복제가 가능하기에 차별화를 지속하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뭔가를 한다는 것, 최소한 일찍 일어나는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난다고 누가 말리지도 않고요, 또 일어나고 나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습니다. 다른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에 일어난다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다른 기상시간, 남들과 다른 아침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즉, 남들과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 하루하루가 쌓여간다면, 일단 최소한 나는 기상시간만큼은 남들과 달라지겠지요?
이처럼 남들과 다른 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거대한 꿈, 거창한 목표가 나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남들과 다른 나의 삶을 만드는게 아니라 내가 보낸 사소한 하루하루가 다르도록 만드는 것. 여기서부터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삶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꿈꾸는 분들!
나는 남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지는 오늘 하루하루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그게 아침 기상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