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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Aug 26. 2016

#2. 열심히만 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수있을까?

지하철 첫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면,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든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

'무슨일이든 가리지 말고 열심히 하라'


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





지하철 첫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때가 있었다.

첫 차 시간이 오전 5시 40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라는 궁금증과 함께 지하철 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는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나 회사 간부,

여의도의 증권맨, 대기업 사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성실성과 열정, 노력이 있어야지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본 지하철 안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허름한 옷차림을 입은 사람,

중국말을 하는 사람,

술이 만취해 첫차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하루 일하고 하루 먹고 사는

흔히 말하는 노가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기위해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가고 있었다.



나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지하철의 첫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 

조금 생각이 많아졌다.


'이토록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왜 성공하지 못할까?'


라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당연히 가장 성공하고

당연히 가장 잘 나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역시 우리나라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인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다닌지

몇일이 지났을까.

'노력이 전부가 아닐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 아닐까?



노량진 수산시장에 새벽부터 나와서

생선을 파시는 아주머니보다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아마 노력으로만 치면,

대한민국 상위 10%안에는 거뜬히 들 것이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의 생선파는 아주머니가

대한민국 상위 10%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모아둔 재산이 대한민국 상위 10%안에 들까?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위 10%의 처분가능 소득은

가구당 7천만원 이상, 순자산 6억원 이상

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재산이 얼마인지는 확인해볼 수는 없었지만

1년에 7천만원 이상을 번다면,

만한 대기업 부장급 연봉인데

장사가 안되서 살기 어렵다는

시장 상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시장에서 7천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지런히

일을 하지만

그 노력에 따른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다.



무조건 노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방향성이었다.


내가 여수를 가려는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속페달을 밟아가며

운전만 열심히 하면 된 것일까?



아니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수를 갈 수는 없다.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노력하기에 앞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와 같은

방향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뜻밖의 배신감에 방황하고 있었던 나에게,


지하철 첫차를 타고 느꼈던 경험과 감정은 의미가 컸다.

실제로 학교를 다니면서

주변사람들이 하는대로,

남들이 하는대로,

학점공부와 토익공부를 일단 열심히 해놓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학점과 토익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선배와 친구들의 말에

열심히 해보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공부도 잘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눈 앞이 깜깜했다.



내가 학점과 토익을 높게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학점은 4.0/4.3 이고,

토익은 970점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니

대기업의 인사, 회계, 마케팅과 같은 경영지원 직무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의치 않으면 중소기업까지도 원서를 쓰게 될 것이다.

취업자체도 힘들지만,

힘들게 취업이 되었다고 해보자.



이제 나랑 비슷한 전공과 비슷한 스펙을 지닌

입사동기들과 함께 회사에 다니게 될 것이다.



다니는 동안에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10년에서 15년정도는 문제 없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40세가 넘어서면서부터다.


‘삼팔선(38세가 되면 명퇴 결정)’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놈)’


라는 말이 있듯이 슬슬 회사를 그만둬야하는 나이가 된다.

심지어는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걱정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의 직장생활은 50세를 넘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젊음을 회사에 다 바치고 40세가 넘어서 회사를 관두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놓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와

늘어만 가는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회사를 다니면서 임원까지 달아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오래도록 일할 수만 있다면

이런 걱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30대그룹 상장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될 확률은 0.86%라고 한다.


1%도 아닌 0.86%이다.

100명의 입사동기가 있다면 그 중에서 1명이 임원이 될까 말까한 수준인 것이다.

 

그렇게 40대에 회사를 관두면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퇴직금을 가지고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와 같은 자영업을 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지가 된다.


실제로 ‘치킨집 수렴공식’이라는 짤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무슨 진로를 선택하든지

치킨집을 차리게 된다는 우스갯소리인데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치킨집 상황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으로 치킨집의 수는 3만개가 넘는다.


점포간 거리는 170미터로

이마저도 안주로 치킨을 취급하는 호프집은 제외한 수치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많은 치킨집이 존재한다는 것은

치킨집이 그만큼 잘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할 수도 있다.


잘 되면 좋겠지만,

3년내 절반이 폐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3년내 절반이 폐업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롭게 치킨집을 차리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학교에 입학해서

좋은 대학교를 위해 모든 것을 노력하고,

또 다시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대기업,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눈 앞에 보이는 산 봉우리를 무작정 오르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에 와서

눈 앞에 보이는 산봉우리를

무작정 오르는데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처럼

일단 학점과 토익점수를 따놓고 보자는식의 생각은

하기도 싫었고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인생,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그 모습에는 학점과 토익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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