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재테크 서적들이 있다. 예금을 풍차돌린다는 방법부터, 주식, 부동산 투자법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들로 많은 돈을 벌었다. 같은 부동산을 투자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상가를 투자해서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빌라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 주식 역시 어떤 사람은 유망한 산업에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돈을 벌었고, 또 어떤 사람은 배당주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 크게 보면 주식, 부동산, 은행저축 등 3가지의 선택지로 돈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전술과 전략이 존재한다. 돈을 번 사람들은 자신만의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그것을 활용해서 돈을 벌었다.
재테크 고수들의 방법을 들여다보면, 서로 구사하고 선호하는 재테크 방법들은 각기 다르지만 이 수많은 방법들을 관통하는 한가지 법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 소득 - 소비 = 부(富) ' 이다. 월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든 월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든 모두 이 원칙을 지켰기에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나머지 주식투자방법이나 부동산 투자 방법들은 모두 각론에 불과하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그 누구도 부자가 될 수 없다. 너무 뻔한 이야기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공식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절반만 활용하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해보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결심 뒤에 가장 먼저하는 활동은 '어떻게 하면 소득을 더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부자가 되는 법칙인 ' 소득 - 소비 = 부(富) ' 공식에 비춰보면, 소득을 늘려서 여유자금을 늘려보겠다는 전략이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뻔히 정해져있는 월급 이외에 추가적인 수입을 얻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눈을 돌린다. 나는 이 방법론에 동의한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평생 저축만 하던사람이 갑자기 1000만원을 가지고 3억짜리 집을 사는 재테크를 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가진 5000만원을 주식에 모두 넣는다? 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테크 책만 읽다가 끝이난다. 방법은 알겠는데 막상 하려고드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소득을 늘리겠다는 방법보다는 소비를 줄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더 쉽고 빠르게 부를 축적할 수 있다. ' 소득 - 소비 = 부(富) ' 공식을 보면, 소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부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떻게하면 소득을 늘릴 수 있을지만 고민하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는 고민하지 않는다. 소득을 늘리는 것은 폼나는 일이지만,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폼나지 않으니 그러한 것 같다.
소비를 줄인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소비를 줄인다는건 그만큼 인생을 폼나게 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고 싶은게 있어도 참아야하고, 남들한테 폼나게 술한잔 사고 싶을 때에도 참아야 한다. 택시를 타는게 아니라 버스를 타야하고, 마트에서 세일하는 것을 사기위해 줄도 서야 한다. 여러가지로 자신의 욕망을 줄이고 자존심을 구겨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줄이면 줄이는 만큼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소비를 줄이는 전략은 소득을 늘리는 전략보다 훨씬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좀더 쉽게 이야기해보면, 부동산에 갭투자를 해서 소득을 막연히 늘려보겠다는 전략보다 오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것을 빽다방 커피로 선택하는 전략이 돈을 모으는데는 훨씬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폼이 나지 않을 뿐이다. 아파트에 투자해서 5000만원을 벌었다고 남들한테 말하는 것은 폼이 나지만, 오늘 내가 커피 한잔을 안먹어서 5000원을 절약했다는 건 폼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절약해서 언제 돈을 모으나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소비도 줄이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로 투자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어제의 삶을 오늘도 반복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줄이는 절약이 얼마나 탁월한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위해 나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자 한다. 나의 20대에 알바를 했던 기간은 통틀어 6개월 남짓이다. 휴학을 한 상태에서 집에서 지내기 너무 지루해서 학원강사 알바를 했다. 학원강사 알바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한 4개월 동안 과외를 하였다. 20대 초중반에 이 6개월의 알바경험이 나의 알바경험 전부이다. 나는 6개월이라는 짧은 알바경험을 통해서 종잣돈을 마련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한 2 - 3천만원 남짓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알바에 임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주식투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터라 그렇게 번 돈은 거의 소비하지 않고 주식을 사서 모았다. 학교에 복학한 이후로는 그 흔한 커피한잔 사먹지 않을 정도로 돈을 쓰지 않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녔다. 살도 빠지고 건강해지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에서 보내준 용돈 30만원은 차비 6만원(2천원 X 30일) 식비 15만원 (학교식당 식권 2500원 X 30일 X 2 점심저녁)을 빼면 이론적으로 9만원이 남았고 이 9만원 안에서 핸드폰 요금과 교재비, 술값, 커피값을 모두 써야했다. 즉 30만원이라는 용돈은 한달동안 살아가기에 넉넉한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도 돈을 아꼈다. 10킬로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등교하기도 했고(청계천을 따라 걸으니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가끔은 밥을 먹지 않으면서 식비를 절약하기도 했다. 통신비는 줄이고 줄여서 만원내로 거의 대부분 수신용도로만 사용하였다. 어찌되었든 그 30만원이라는 용돈에서도 나는 매달 저축을 할 수 있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주식을 사는데 썼다. 그렇게 한달에 그리 많지는 않지만 5만원 내지 10만원 안팎의 돈이 주식운용자금으로 매달 유입되었고 1년이면 1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되었다.
다른 알바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1년 100만원이라는 돈의 유입은 내게 컸으며 그것은 나의 소중한 종잣돈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내가 이렇게 돈을 아끼고 소비를 줄여서 매달 10만원을 저축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렇게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산 주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더 큰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주식투자에 대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사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이미 하나의 삶의 형태가 되었다. 단순히 돈을 아끼고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니멀리즘, 심플라이프로도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 많은 물질이 행복에 오히려 방해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이나 심플라이프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본의 트렌드를 주목해보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트레드가 몇년 앞선다고 여겨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고령화라든지 저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에서도 일본은 좋은 참고서가 된다. 일본의 최근 재테크 트렌드는 '절약'이다. 경제가 장기침체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경제에 활력이 사라졌고, 많은 젊은이들이 프리터 족이라고 해서 알바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야망이나 출세에 대한 욕심도 없어서 '사토리 세대'라고도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크게 벌지도 크게 소비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나이까지 들면 그나마 알바자리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할 수 있는건 절약이다. 내가 한달에 10만원씩을 아끼는 것도 삶에 보탬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60세 이상, 70세가 되어서 일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일을 하더라도 손에 쥘수 있는 돈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일본의 모습이다.
' 소득 - 소비 = 부(富) ' 공식을 이야기하다가 일본까지 오게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소비도 하나의 습관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가고, 한번 들인 습관은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하루라도 어렸을 적에 부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돈을 어떻게 벌면 크게 벌수 있을까?' '어떤 사업이 대박이 날까?' '어느 아파트가 가격이 오를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사는 물건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이 물건의 가격은 적합한 가격인지', '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고민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부모님이 근검과 절약이라는 유산을 주셨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그러하듯이 나의 부모님들도 돈에 인색할정도로 절약을 강조하셨고 어렸을때부터 그렇게 습관이 든 나는 웬만한 사치는 즐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한달 30만원이라는 넉넉치 않은 용돈을 받음에도 그 돈을 오히려 저축할 수 있었고,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하며 돈을 모을수 있었지만 그렇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헐값에 파는 것보단 돈을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쌓고자 했다. 그리고 그 지식들을 활용해 많은 돈은 아니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는 꽤 괜찮은 금액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지식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메리츠 자산운용 존리 대표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가난해지려고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남을 의식해서 큰 차를 사야 하고, 휴일이면 대형쇼핑몰에 차를 타고가서 줄서가며 주차하는 진풍경을 볼수 있다고 말이다. 한번 뿐인 인생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사람이라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정말 그 소비가 합리적이고 필요한 소비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득을 늘리기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하다. 나 역시 그 고민의 소중함과 가치를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재테크 지식이 소득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소득을 늘리기위한 고민은 계속 해야한다. 그리고 동시에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소득은 늘리고, 소비는 줄일때 부의 속도는 가속화 되기 시작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소득을 늘리는 것은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고, 소비를 줄이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들은 적이 있다. 최고의 카 레이서는 가속페달을 많이 밟는 사람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잘 쓰는 사람이다라는 글. 돈을 모으는데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이,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면 나의 부는 증가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