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금리.
영어와 한글이 섞여 있는 이 금리는 아무래도 생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2008년 즈음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라면 CD금리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만 살펴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에는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CD금리가 올라가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한다는 의미였고, CD금리가 내려가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하락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금리였다. 그리고 반드시 살펴봐야하는 금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금리는 CD금리가 아니라 코픽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금리 중에는 나름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녀석이니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CD금리에서 CD는 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양도성예금증서'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양도성'과 '예금'이라는 말인데, 양도성은 양도가 가능하다는 말이고, 예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금 적금 할 때 그 예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거래되는 금융상품은 아니다. 은행과 은행 사이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우리가 앞의 글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은행은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은행의 수익 창출 방법에 관한 글 보러가기) 이때 예금해놓은 돈을 대출해줬을때, 고객들이 돈을 모두 찾으러 오면 그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어서 파산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은행은 자기가 가진 돈이 부족할 경우에는 자신 역시도 어디선가 빌려와야 하는데 주로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은행에서 빌려오게 된다. 이때 돈을 빌려주고 빌렸다는 증서가 바로 '양도성예금증서'이다. 따라서 CD금리라는 것은 은행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CD금리의 만기는 주로 30일이나 90일 짜리가 대부분이다. 보통의 회사채들이 3년짜리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짧지만, 콜금리와 비교하면 그래도 긴 편이다.
CD금리가 은행들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줄때 적용되는 금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설정할때 CD금리를 기준으로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의 주 수입원이 예대마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을 살때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 거액의 돈이 들어가는 구매행위이기때문에 자기돈만 가지고 집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하게 되는데, 은행입장에서는 이 주택담보대출이 안정적이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가져주는 수입원이 된다.
그런데 은행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얼마로 정할지가 고민이 된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너무 높게 잡으면 다른 은행에 고객들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너무 낮게 잡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기위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최저치를 CD금리로 고려하는 것이다. 비상시에 타 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되더라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CD금리에다가 + @ 를 붙여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설정한 것이다.
CD금리는 2010년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금리로 사용되어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CD금리 대신에 코픽스 금리를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다. 왜 CD금리의 자리를 코픽스 금리가 대신하게 된 것일까?
때는 2009년 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자 2009년 정부는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예금으로 인정하던 CD를 예금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CD가 예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은행들의 CD발행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거래량이 줄어든 CD의 금리는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시중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데도 증권사들이 의도적으로 CD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CD금리 담합 논란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CD금리는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비롯해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기준금리 역할을 하기때문에 은행에서 CD금리를 담합하여 내리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당시 공정위가 담합을 의심했던 은행들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다른 시중금리가 모두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CD금리는 연 3.54~3.55%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 2012년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인하하였음에도 CD금리는 3.54%로 변동이 없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CD금리 조작혐의로 국내 은행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CD금리를 대체할 다른 금리를 만들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단기 지표금리 개선 TF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신할 단기 코픽스를 매주 수요일에 발표하기로 하였고 지금은 코픽스가 CD금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코픽스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할테니 여기서는 이런게 있다 정도만 알면 좋을 것 같다.
CD금리가 은행들끼리 거래할때 이용되는 금리라고 하여서 결코 우리와 먼 금리가 아니다. 우리가 많이 투자하고 있는 MMF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우리는 이미 CD금리를 어느정도 이용하고 있다. MMF라는 금융상품의 수익원이 CD를 사고 팔아서 남는 수익이기 때문이다. CD금리에 대해서는 이정도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