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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Dec 10. 2020

우리는 왜 금융을 공부해야하는가 _ 주체적 소비

알아야 제대로 소비할 수 있다


아마 한번쯤은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추억이 있을 것이다. 재래시장이든 대형마트이든 어디든.. 어머니는 가족이 먹을 사과 한 개, 배 한 개, 콩나물 한 봉지 사실 때에도 사과를 이리저리, 배를 들었다놨다, 콩나물의 상태를 꼼꼼이 살펴보시곤 했다. 500원 동전 한 개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실 내가 똑같은 값을 지불하고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을 살 이유는 없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더더욱 살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것들 중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적당한 가격을 지불해서 그에 맞는 물건을 사는 것. 이것을 우리는 주체적 소비라고 부른다.     



사과, 배, 콩나물 등은 어머니와 쇼핑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다. 어떤 사과가 맛이 좋고, 어떤 배가 좋은 배인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지라도 대충 보고 들은게 있어서 뭘 사야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이 먹어보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본능적으로 우리는 어떤 게 좋은 것인지를 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이상 사과, 배, 콩나물 같은 상품만이 우리들의 소비대상은 아니다. 예금, 적금, 카드, 보험,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 역시 우리들의 소비대상 중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자산을 더 불리기 위해 이들 금융상품을 ‘구매’하며,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가까운 은행에서 예금을 하고, 그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로 쇼핑을 한다. 아마도 해당 은행과 거래하는 이유는 대학교 혹은 회사에서 제휴 맺은 은행이라는 이유로, 또는 집에서 그 은행이 가까워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도 대학교에 다닐 때, 학생증에 연계되어있던 은행을 지금까지도 이용하고 있다. 습관이란게 어찌나 무서운지 집에서 그 은행이 가까이 있지도 않은데 바꾸기 귀찮다는 이유로 졸업한 지금까지도 계속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사과, 배 등을 살때는 여러 가지 따져보고 이것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해서 구매를 결정한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그렇지 않다. 은행에 가서 은행원의 권유로 적금을 들고, 카드를 만든다. 우연히 알게 된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을 들은 뒤 보험을 가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파는 사람의 말만 믿고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과, 배를 살 때 과일장수가 오늘 사과 맛있다고 하자 그 말만 믿고 사과를 사는 것과 같다. 물론 양심있는 과일장수를 만나면 맛있는 사과를 사게되겠지만, 몇몇 욕심많은 과일장수를 만나게되면 가격에 비해 품질이 형편없는 사과를 사게 될 것이다.          



변액보험이란 게 있다. 보험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하여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나누어 주는 상품이다. 변액 보험이 갖는 특징이 몇가지 있는데, 투자의 결과에 따라 원금 손실, 또는 원금 이상의 보험금이 발생할 수 있고 보험금 납입자의 성향에 따라 자산운용의 형태를 정할 수 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납입자에게는 주식비중이 많게 하고, 수익은 낮더라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납입자에게는 채권 비중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데,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변액보험에 당신은 가입을 하겠는가? 장점과 단점이 있는 상품이므로 본인의 판단에 따라 보험에 가입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 성향에 따라 가입여부를 판단한다고 결론 짓기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 변액보험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하는 채권형 100% 변액보험에 40세 남성이 20년 납입 조건으로 가입하면 20년후에 얼마를 받게 될까? 투자수익률 4.5%를 적용하면 해지환급률이 가입후 20년이 지나도 87.6%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지환급금은 계약체결비나 관리비 등의 사업비를 반영해 책정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비용이 높다보니 20년후에도 환급률이 100%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변액저축보험 사업비 비중을 살펴보면 1위의 경우 15.2%, 2위는 14.8%로 상위 6개 보험사의 변액저축보험 사업비 비중이 12%이상이었다. 고객 입장에서 이러한 변액보험에 가입을 하게되면, 자신의 원금에서 일단 마이너스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니 이윤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5%를 일단 떼고 시작한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변액보험을 가입했다면 문제가 없다. 내가 낸 보험료의 15%는 사업비 명목으로 나가고 나머지를 가지고 이제 본격적인 운용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마다 판단은 모두 다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르고 가입하는 건 문제가 분명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나의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마치 사과박스만 보고 사과를 구입하는 격이다. 사과장수의 말만 믿고 말이다.          



보험만이 아니다. 동양그룹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들이 사업이 부진하자 재무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채권을 발해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를 했다. 동양그룹이 무엇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으나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의 권유와 그룹이 무너지겠느냐 라는 생각이 채권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은행직원이 괜찮다고 해서 샀다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CP가 뭔지, 채권이 뭔지 알지도 못했다. 단지 이자를 많이 준다고하니까,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고 돈을 맡긴 것이었다. 밭에서 평생을 농사만 짓던 할머니도 이자 몇푼 더 준다는 말에 상품은 잘 모르지만 직원의 말을 믿고 가입했고, 소만 키우던 할아버지 역시 그 소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그렇게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가 되었다.   


       

정부에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상품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여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빈번하게 구매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금융상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투자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 구매행위를 하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레몬시장’이라고 하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맛있어보이지만, 속은 시기만한 레몬에 비유해 구매자와 판매자간 정보의 격차가 큰 시장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레몬시장이 바로 중고차시장이다. 중고차 판매자는 차의 상태에 대해서 훤히 꿰뚫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구매자는 중고차를 그날 처음 봤다. 처음 본 그 차를 그 자리에서 다 알기란 어렵다. 그래서 구매자는 차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제대로된 가격을 매기지 못하게 된다. 판매자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문제가 있는 차를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 한마디로 불합리한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분명 문제가 있는 시장이다.           



이런 행태가 금융시장에서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보험사들이 있고, 수많은 금융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원들(은행원, 증권사 직원, 보험설계사 등등)이 설명을 해주고, 설명을 받았다는 확인까지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채 형광펜이 칠해진 서명란에 서명을 하고 금융상품을 구매한다. 그 금융상품의 위탁수수료는 얼마이고,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못한채 판매자가 좋다고 하는 그 상품을 구매한다.           



판매자가 파는 상품이 무조건 구매자한테 불리하고, 속여파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구매자인 우리와 판매자 간에 이해관계가 불일치 할 때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변액보험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험설계사들은 판매수당인 큰 변액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다른 보험을 파는 것보다 수당이 컸기 때문에 어떤 보험보다도 변액보험을 먼저 권하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구매자는 보험설계사의 말만 믿고 그 보험을 구매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지불한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는 금융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여 더 이상 저축이라는 하나의 수단에만 우리의 부를 맡길 수 없다. 앞으로 금융상품의 비중은 우리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하다. 부자가 목표가 아니라도 좋다. 강남에 살지 않아도 좋다. 경제적 자유가 아닌 남들처럼 사는 삶을 목표로 해도 좋다. 꼭 그런 것들이 아니어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명의 소비자로서 내가 구입하는 상품은 정확히 알고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이것이 금융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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